알게 된 한국 2 – Oldies but Goodies

알게 된 한국 2 - Oldies but Goodies

알게 된 한국 2 - Oldies but Goodies

두손갤러리 김양수 대표가 고미술 고수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백남준, 전광영 전시처럼 그가 기획한 국내외 현대미술 전시가 워낙 유명했기 때문이다.

정동 1928 아트센터에서 만난 두손갤러리 김양수 대표.

우리는 왜 고미술 작품 감상을 어려워할까? 그럼에도 현대미술 애호가의 다음 관심은 고미술이 될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고미술의 매력은 현대미술 그 이상이기에, MZ 컬렉터들도 고미술에 주목을 한다. 얼마 전부터 가수 BTS의 멤버 알엠 RM도 고미술 경매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김양수 대표는 1969년 서울대 미술대학에 재학하면서 고미술상을 열 정도로 어린 시절부터 고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중학교 때 도자기 작가 지순탁의 작업실을 찾아가서 도예를 배웠으며, 서양화를 공부하면서 고미술상을 연 것도 자신이 좋은 작품을 사고 싶은 욕심에서였다. “고미술과 현대미술을 구분할 필요가 없어요. 현재와 과거의 예술 모두 삶의 진실을 마주 하고 있으며, 인간의 사고 가치를 담은 작품들이 같은 시간, 한자리에 모일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미술과 현대미술의 믹스 앤 매치가 잘 어울리는 것은 시간이 어우러지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좋은 작품이라면 언제 어디서라도 그 아름다움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요.” 그는 현대미술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고미술 아트페어 라라페어 LALA Fair(Living Antique Living Art Fair)를 개최하고 계간지도 만들고 있다. 2023년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는 스타 디자이너들과 통영 자개 장인의 협업 작품을 발표했고, 알레시에서는 거장 박서보의 와인 오프너를 제작했다. “밥은 체력을 키우고, 예술은 정신을 치유합니다. 미술관은 건강을 치료하는 병원입니다. 최근 영국 레딩 교도소를 미술관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가장 치료가 필요한 환자인 죄수들이 수감되었던 감옥을 예술 공간으로 만든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레딩 교도소는 2021년 뱅크시가 탈옥수의 그림을 남겨 더 유명해졌지요.” 그래서 요즘 김양수 대표의 책상 위에는 아일랜드 문학가 오스카 와일드의 시집이 놓여 있다. 오스카 와일드는 200여 년 전 동성애 혐의로 레딩 교도소에 수감된 적이 있다. 뱅크시의 탈옥수 벽화에 타자기가 그려져 있어, 이것이 오스카 와일드를 은유한 것이라는 추측도 있었다. 김 대표가 2024년의 미술관 프로젝트를 하면서 200년 전의 시에서 영감을 받는다는 것은, 과거의 예술이 현재와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순천만국가정원 산업디자인전에서는 멘디니의 디자인 작품을 선보였다.

2023년 밀라노 트리엔날레디자인 미술관에서 통영 자개 장인과 스타 디자이너가 협업해서 만든 자개 테이블 전시를 가졌다.

“많은 이들이 고미술이 정확하게 언제 어디서 누구에 의해서 만들어졌는지, 진품인지 가품인지 여부에만 집중하고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고미술과 현대미술은 같습니다. 보기에 아름다우면 아름다운 것인데, 우리나라는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고미술을 바라보고 있어요. 작품을 예술적 가치보다 투자 개념으로 생각하는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봅니다.” 미술 작품은 내가 좋아하고 아름답다는 것이 중요하지, 제작 연도와 보존 상태가 우선은 아니다. ‘컬렉션은 눈이 아니라 귀로 산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모두가 마케팅에 휩쓸리고 있다. 하지만 고미술 감상은 현대미술보다 쉽다. 미학적 표현이나 실용성도 중요하지만 내 안목을 믿어야 한다.

“전통은 과거에 만들어진 것을 오늘의 시선으로 보는 것이고, 현대미술은 지금 만들어진 것을 지금 보는 것이니, 고미술 감상이 훨씬 쉽지요. 현대미술은 아직 그 가치를 입증할 수 없는 혼란의 시기에 있고, 시간이 더 지나봐야 제대로 알 수 있습니다. 요즘 신나는 것은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을 읽으면서, 내가 몰랐던 당대의 음악들을 듣는 일이에요. 200년 전 예술을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 AI가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레딩 교도소 프로젝트에 과거의 예술이 큰 아이디어를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탈리아 스타 디자이너 멘디니의 청자 전시를 기획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예술은 주식이 아니라 기호식품과 같다. 그래서 그는 과거 뉴욕에서 갤러리뿐 아니라 카페를 운영했고, 서울에도 카페를 열 계획 중이다. 문화는 동물과 사람을 구별하는 기준이고, 기호식품이 그 도시의 독창적 문화를 만든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만화 같은 꿈을 꾼다. 살아보지 않았던 시간을 궁금해하고, 가보지 않았던 나라의 물건을 갖고 싶어 한다. 고미술 작품을 현대 공간에 믹스 앤 매치 한다는 것은 꿈의 실현일 수 있다. “과거로 돌아가볼 수는 없지만, 고미술 작품을 감상하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아름다움을 소유할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로 갈 수는 없지만 상상하고 꿈꿀 수 있다는 것이 즐거운 일이지요. 이것이 바로 시공간을 넘나드는 특혜입니다. 그래서 고미술과 현대미술을 같이 두어도 언제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김 대표가 <메종 투 메종 2024>의 고미술 큐레이팅에 참여함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는 ‘모르는 한국’이라는 올해의 전시 제목에도 깊이 공감한다. 1960년대 수출 급성장 정책 등으로 인해 현재의 한국 문화는 땅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수경 재배같이 연약한 상태다. 이제부터라도 문화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간과한 것이 무엇인지 둘러보아야 한다.

고미술을 새롭게 보는 계기가 되었던 라라페어의 지난해 풍경.

“이번 프리즈&키아프 서울에도 외국에서 많은 사람이 한국에 옵니다. 해외 유명 작가 작품에 대한 집중이 당연하겠지만, 우리가 그들에게 어떤 특별한 것을 보여줄 수 있을지 생각해봅시다. 우리만 가지고 있는 예술에 대한 방향을 고민해보면 어떨까요? 지난 시대의 작품이 2024년에도 여전히 매혹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모르는 한국> 전시가 하나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100년 역사의 옛 구세군회관 ‘정동 1928 아트센터’에서 현대미술과 고미술, 현대 디자인과 과거 디자인이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축제 <모르는 한국>(8월 29일부터)이 펼쳐진다. 전시장에서 김 대표를 만나면 주저하지 말고 인사를 건네보자. 감동의 순간을 공유하는 것은 예술 애호가의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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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포토그래퍼

김제원

라이터

이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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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게 된 한국 1-고미술과 고가구가 있는 집

알게 된 한국 1-고미술과 고가구가 있는 집

알게 된 한국 1-고미술과 고가구가 있는 집

모셔놓는 미술 말고 일상에서 향유하는 고미술품과 고가구가 있는 집.

두손갤러리 김양수 대표의 집에서 발견한 OLD&NEW 스타일.

시대를 알 수 없는 거실 

벽에 걸린 작품은 데미안 허스트의 <The Last Supper>. 여러 가지 색상의 얼굴이 그려진 러그는 산드로 치아의 <Faces>.

원목 테이블 앞에 배치한 의자는 루이 고스트. 율동감 있는 종이 의자는 비트라 위글 체어.

멋스러운 돈궤 위에 올린 테이블은 자개 옻칠상.

아침을 여는 의식

양 옆에 놓인 탑은 고려시대 동서철탑. 보살상은 3세기에 제작된 간다라 시대 작품. 멤피스 크리스털 테이블은 미켈레 데 루키 디자인.

일반적인 회화와 달리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이를 직조하여 직물의 구조로 표현한 조선시대 희귀품 지직화.

작은 우주

사람 형태를 닮은 에토레 소트사스의 칼톤 북케이스. 위층에는 고려시대의 용 손잡이 청동잔을,

아래층에는 고려 금속공예와 이수경 작가의 작품이 놓여 있다.

붉은색 옻칠을 한 소반은 이탈리아 디자이너 마르코 자누소 주니어가 자개를 재해석한 제품으로, 상판에는 작은 모양의 자개 장식이 있다. 오른쪽에는 꽃잎이 탐스럽게 피어난 모란을 담은 조선시대 궁 모란목 병풍. 카펫은 유앤어스.

민화 까치호랑이 걸려 있는 서재 

책상 위에는 데미안 허스트와 이수경 작가의 작품을 진열했다.

나란히 놓여 있는 데미안 허스트의 두 작품. 죽음의 색인 검은빛을 강조한 해골 과 파라세타몰이라는 해열진통제를 하얀 대리석으로 조각한 . 플라워 패턴 테이블은 통영자개테이블.

조선시대의 카펫 조선철

벽면에는 산과 동식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재미있는 풍경의 조선철을 걸었다. 귀엽고 해학적으로 표현한 말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선반에는 이수미 작가의 작품과 유리제품은 조현성 작가, 금속 굽 그릇은 정유리 작가 작품. 왼쪽 아래에는 조선조 목공예 작품들. 카펫은 유앤어스.

병풍에 푸른 선을 그은 이우환 작가의 작품 <대련>. 조선시대 반원형 소반과 도자기 파편으로 만든 이수경 작가의 작품을 그 앞에 두었다. 걱정 물고기 인형은 모노콜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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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임태준

어시스턴트

채민정

스타일링

김나리(엔알디자인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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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게 된 한국 3-역사가 숨쉬는 예술의 무대

알게 된 한국 3-역사가 숨쉬는 예술의 무대

알게 된 한국 3-역사가 숨쉬는 예술의 무대

정동은 한국 근대 문명의 발상지로서 수많은 역사적 사건과 인물의 흔적을 담고 있다. 이곳에 위치한 정동 1928 아트센터는 그 속에서 근대와 현대를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며, 현재는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의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다.

중앙 상부의 삼각형 박공과 중앙 현관을 장식하는 4개의 기둥이 인상적이다. 육중하고 심플한 외관은 검소하고 실용적인 삶을 강조하는 구세군의 신앙정신을 그대로 반영한다.

내부 역시 극도의 간결함을 추구했다. 특히 보나 기둥조차 없이 설계된 2층 강당은 독특한 지붕 짜임 구조인 목조 트러스(삼각형의 골조 모양)로 지붕을 떠받치고 있다.

“정동은 한국 근대 문명의 발상지로서 정치, 외교, 교육, 종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곳에는 최초의 외교 공관과 근대 교육기관이 자리 잡고 있었고, 조선 말기의 정치적 중심지로서도 큰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덕수궁과 중명전이 이곳에 위치하며 고종 황제의 대한제국과 그 마지막을 목격한 장소로 역사적 상징성도 큽니다.” 구세군역사박물관장과 서울정동협의체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황선엽 사관이 말했다. 정동은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한국의 근대화 과정을 상징하는 지역으로 자리 잡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메종> 창간 30주년 기념 전시 <메종 투 메종 2024: 모르는 한국>의 주 무대이기도 한 정동 1928 아트센터(옛 구세군중앙회관)는 정동의 역사적 의미를 가장 잘 보여주는 건축물이다. 1908년 시작된 구세군의 한국선교 20주년 기념으로 1926년 설계를 시작해 1928년 완공된 구세군중앙회관은 과거 기독교 신학대학으로 사용되었으며, 현재까지 그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기독교 관련 건축물 중 하나이다. 신앙적 모토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이 건물의 외관은 육중하고 심플한 모습으로 검소하고 실용적인 삶을 강조하는 구세군의 신앙정신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완벽한 좌우 대칭과 장식적 요소를 배제한 구조는 영국 클랩톤의 콘그레스 홀 Clapton Congress Hall을 모델로 삼아 지은 것이다. 특히 신고전주의 양식을 반영해 중앙 현관을 떠받치고 있는 네 개의 기둥과 적벽돌조 외관은 신앙을 강조하는 구세군의 철학을 구현한 것으로 평가를 받으며 현재 서울특별시 기념물 제20호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90여 년간 선교와 교육의 목적으로 사용되어온 구세군중앙회관은 2019년 새로운 변화를 맞이한다. 정동의 근대와 현대의 역사 문화를 체험하고 공유할 수 있는 복합문화 공간 ‘정동 1928 아트센터’로 새로운 시작을 알린 것. 건물 자체가 지닌 역사적 가치를 뛰어넘어 이제는 다양한 문화적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변모한 것이다.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 잡고 있는 정동 1928 아트센터가 올여름의 끝자락에서 <메종 투 메종 2024: 모르는 한국> 전시를 통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중요한 문화적 중심지로서 다시 한 번 그 위치를 확고히 한다. 사람과 문화를 연결하고 시대를 초월한 문화적 아이콘, 정동 1928 아트센터의 두 문이 활짝 열린다. ADD 서울시 중구 덕수궁길 130 구세군중앙회관

<메종 투 메종 2024> 전시 기간에는 이곳에서 커피머신 브랜드 유라와 함께하는 커피 클래스가 열릴 예정이다.

단조로운 구조의 1층 복도와 입구.

시간의 역사를 잇는 유산, 구세군역사박물관

구세군역사박물관은 한국 구세군이 1908년부터 펼쳐온 발자취를 돌아볼 수 있는 역사와 문화의 체험 공간이다. 1928년 구세군 사관학교로 건축되어 성직자를 교육하는 신학대학으로 사용된 이 박물관은 구세군사관학교가 과천으로 캠퍼스를 이전한 1985년부터 구세군중앙회관으로 명칭을 개정했다. 2002년에는 서울특별시 기념물 제20호로 선정되며 근대 건축물 문화재로서 정동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2003년 설립된 구세군역사박물관에는 100년이 넘는 성경과 찬송가를 비롯한 유서 깊은 기독교 문화유산과 구세군 유물, 그리고 구세군 사회봉사 역사와 ‘자선냄비운동’의 유물을 상설 전시하고 있으며 구세군악기전시관, 영상미디어관, 자선냄비체험관도 설치되어 있다.

정동 1928 아트센터 바로 옆에 자리한 구세군역사박물관.

골목길에 설치되어 있는 철문에서 예스러움이 느껴진다.

문화역사의 명소이자 체험학습 현장인 구세군역사박물관. 전시관과 미디어관, 체험관 등이 준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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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포토그래퍼

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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