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창의적인 신진 건축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2024 젊은건축가상’ 수상자 세 팀과의 인터뷰.
필동2가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조경빈
‘필동2가아키텍츠’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한다.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담고 있는 필동2가에서 사무소를 개소하고 서울을 기반으로 건축 활동을 하고 있다. 건축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합리적인 접근을 하고 경험적 스케일을 토대로 계획하여 작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건축사 사무소 이름의 의미는? 필동2가는 종이, 금속, 자재 등을 가공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그 점이 건축적인 태도로서 매우 의미가 컸다. 유행에 민감한 접근으로 소비되는 건축보다는 일상적인 관찰을 통해 경험한 것이 설계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그런 세밀한 관찰이 건축에 부품처럼 작동할 때 의미 있게 다가온다.
가장 좋아하는 건축가는? 막연히 좋아하는 건축가라는 질문에는 르 코르뷔지에 Le Corbusier라고 말했다. 빌라 사보아, 빌라 라로슈, 롱샹 성당 등은 그 시대의 기술을 뛰어넘으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었고, 시대를 앞서간 조형미는 현시점에도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요즘에는 국내외 많은 건축가의 작업을 경험하면서 건축가의 특정 작품들에 관심을 갖고 있다. 브래드 클로필 Brad Cloepfil(Allied Works Architecture)의 클리포드 스틸 박물관 Clyfford Still Museum은 단순한 형태와 콘크리트의 다양한 표현, 건축과 랜드스케이프를 통한 관계 맺음이 주변에 영향을 미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만들어지는 것에 대한 과정이 느껴지고 그 건축이 온전히 전해질 때 그 건축가의 팬이 되어가는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하나를 정하기는 어렵지만, 공통적으로 현장에서 단계별 협의를 통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기억에 남는다. 뼈대를 만들기 위한 과정에서 논의되는 치열한 협의, 그 뼈대 위에 덧대는 공정의 한계를 통해 실물로 마주할 때 현장의 경험이라는 소중함을 느끼곤 한다.
최근 진행한 프로젝트는? 최근 마무리한 작업인 ‘서초동 1515’는 다른 현장에 비해 조건이 뚜렷했다. 협소한 대지, 급한 경사지와 좁은 도로 등 주변의 물리적인 한계가 있었지만, 건축의 제한 조건 덕분에 오히려 계획의 방향성은 뚜렷했다. 한계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건축적 태도를 배우게 된 작업이다.
이번 젊은건축가상에서 ‘주어진 건축적 환경에서 적정한 해결책을 찾아내는 건축가’라는 평을 받았다. 필동2가아키텍츠가 건축 설계 과정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점은 무엇인가? 건축은 다양한 협의와 결정이 만들어내는 집합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반복되는 과정에는 협의 시점, 관계, 의도 전달이 건축물의 완성도와 긴밀한 관계를 맺는다. 실제로 구현 가능한 합리적인 설계를 바탕으로, 다양한 상황 속 유연한 협의와 건축을 만들어가는 일관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반기 계획에 대해 들려줄 이야기가 있나? 젊은건축가상을 받으며 지난 시간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 진행 중인 건축 작업들이 잘 완료될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정리하지 못한 채 쌓여 있던 흔적을 정리하고, 이를 동력 삼아 더 나은 건축을 해보고자 한다.
하반기 계획에 대해 들려줄 이야기가 있나? 젊은건축가상을 받으며 지난 시간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 진행 중인 건축 작업들이 잘 완료될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정리하지 못한 채 쌓여 있던 흔적을 정리하고, 이를 동력 삼아 더 나은 건축을 해보고자 한다.
그라운드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김한중
‘그라운드아키텍츠’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한다. 효창동에 위치한 작은 건축사사무소다. 용산의 카페 트래버틴, 어프로치 커피 같은 상업 공간부터 인텔리안 테크놀로지스 평택연구소, CSG 테크놀로지 사옥 같은 건축 프로젝트까지 한계를 두지 않고 작업하고 있다.
건축사사무소 이름의 의미는? 건축이 지나치게 목적화되면 공간이 땅에서 멀어지고 건강한 도시에 필요한 관계성이 사라진다고 생각한다. 우리 정체성은 땅과 연속적인 삶에 있다. 그러한 삶은 단순히 1층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사무실 이름을 ‘그라운드 플로어’의 ‘그라운드’를 사용하고 있고, 사무실도 효창공원 둘레의 1층에 있다.
가장 좋아하는 건축가는? 렌조 피아노 Renzo Piano, 노먼 포스터 Norman Foster, 리처드 로저스 Richard Rogers. 특히 리처드 로저스 건축은 단순히 기술적인 진보를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건축이 도시와 만나는 부분에서 사려 깊고 따뜻한 인상을 준다. 아주 작은 디테일들로 거대한 규모를 만들어내면서도 사람들에게 위압적이지 않은 공간감을 만든다는 점에서 본받고 싶은 건축가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인텔리안 테크놀로지스 방문객 라운지. 샌드위치 패널로 만들어진 안테나 공장에 바이어들을 위한 시설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보통 공장의 1층은 층고가 굉장히 높다. 이곳 역시 2개 층으로 조성 가능했으나, 로비 천장을 낮게 구성한 상태였다. 그래서 천장을 걷어내고, 새로운 층을 신설했다. 제도적으로 무척 어려운 프로젝트여서 조마조마해 하던 기억이 난다.
가장 최근 진행한 프로젝트는? ‘나이키 신발을 만드는 회사’로 알려진 부산의 CSG 테크놀로지스 사옥의 준공을 준비하고 있다. 사하구 공단에 위치한 공장의 3층짜리 사무동을 리노베이션하는 프로젝트다. 오래된 공장 부지의 사무동이 갖는 황량함을 해소하기 위해 건물 저층부에는 거대한 처마를 끼워넣었다. 또한 건물 주변에 새로운 반외부 공간을 통해 하나의 신발을 만드는 연구자와 생산자들이 자연스럽게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적 구조를 만들려고 했다.
이번 젊은건축가상 심사평 중 “건축이 ‘만들어내는 일’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일깨웠다”는 평을 받았다. 건축 설계 과정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점은 무엇인가? 만드는 일의 측면에서 재료의 솔직한 물성과 그것의 구축 방식. 어느 날 바닥에 타일처럼 깔린 돌들을 보며 좌절감을 느낀 적이 있다. 물성의 완성도가 무조건적인 정교함에 있다고 생각하는 점이 자연석을 가져다가 타일 같은 면을 만들어내는 일의 원인이라 생각한다. 카페 트래버틴 프로젝트에서는 어떻게 하면 돌의 ‘돌 같은’ 물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고민했고, 오랜 과거의 방식으로 두 덩어리 원석을 구입해 자르고 켰다. 사람이 만들어 하나하나 묘하게 다르게 가공된 판석은 자연의 돌이 가지는 불완전함을 지니고 있었고, 각각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하반기 계획에 대해 들려줄 이야기가 있나? 젊은건축가상이 특별한 이유는 작품이 아닌 사람에게 주는 상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건축물에 주는 건축상이 과거에 주는 상이라면, 젊은건축가상은 미래에 주는 상이다. 독립해서 사무실을 운영한 지 어느덧 10년이 다되어간다. 다음 페이즈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너무 감사하게도 좋은 기회를 얻었다. 이번 수상을 기회로 삼아 더 좋은 팀을 꾸리고, 더 좋은 건축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선랩건축사사무소
현승헌
‘선랩건축사사무소’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한다. 선랩은 건축이 갖는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를 기반으로, 우리가 생활하는 일상적인 공간 환경을 변화시키기 위한 실천적 작업을 목표로 일하고 있다. 2012년 창업 프로그램 참여를 시작으로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고 10년 정도 작업을 진행해왔다.
건축사사무소 이름의 의미는? 2012년 관내 취약계층 집수리 활동인 ‘관악동작 해뜨는집’을 지원하는 역할로 시작했다. 노후주거 환경 개선과 지역 아카이빙 시스템을 목표로 ‘해뜨는집 연구소’란 의미를 담아 선랩이란 이름을 지었다.
가장 좋아하는 건축가는? 건축을 실행하는 관점을 이해하고 나니 사무엘 막비 Samuel Mockbee, 카메론 싱클레어 Cameron Sinclair 같이 실천적인 작업을 하는 건축가들을 바라보고 있다. 건축물보다 사람을 향한 방향도 의미가 있지만, 그 방향성 안에서 건축물을 만들어내고 실행하기 위해 수반되는 무수한 작업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자원과 자본, 사람, 지속성을 고민하며 의미 있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의지를 가진 건축가의 열정과 노력이 필요한데, 그 의미를 선행적으로 잘 보여준 건축가들이라 생각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이번에 수상하게 된 고시원 대안모델 작업인 ‘쉐어어스 프로젝트’. 고시원이라는 사회적 이슈와 물리적으로 열악한 환경을 가진 공간에 대해 건축가로서 변화를 만들고 싶었다. 설계부터 시공, 운영까지 10여 년의 시간 동안 고시원을 바꾸는 작업을 진행했고, 이러한 취지에 공감하고 같이 작업해준 사람들이 있었다. 많은 한계를 느끼고 오해가 생기기도 했지만, 제도 기획이나 인식 전환 같은 나름의 성과도 있었다. 이 프로젝트는 ‘쉐어어스’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운영되고 있으며 공간적, 지역적인 개념의 모니터링을 통해 개선 방향을 연구하는 현재진행형 프로젝트다. 최근 진행한 프로젝트는? 해남 우수영 유스호스텔 리모델링 작업. 지역 활성화를 위한 제안과 운영 관리를 포함한 공간 기획 및 설계 프로젝트다. 지역 재생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차에 제안 공모를 통해 당선되었고, 현재 공사 진행 중으로 내년 하반기 완공 예정이다. 운영과 관련한 상세한 협의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한 점이 아쉽지만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젊은건축가상 평가 중 건축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고민이 호평을 받았다. 선랩건축사사무소가 생각하는 건축의 의미는? 실상 우리 사회에서 건축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상대적인 것 같다. 건축가의 구축적 작업, 사용자의 기능적 도구, 공간을 구성하는 환경적 대상, 사회에 대응하는 자원인 자본적 재산으로서 건축이 갖는 의미는 바라보는 시선과 입장에 따라 무수히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이런 관점 중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시간과 공간, 장소에서 문제를 발견하거나 더 나은 생활을 위해 공감할 수 있는 건축 작업을 하고 싶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필요로 하는 건축의 의미를 나와 내 주변에서 찾아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반기 계획에 대해 들려줄 이야기가 있나? 고시원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정말 드물게 ‘고시원’을 주제로 연구한 분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중 작업 초기부터 교류가 있던 조재혁 박사가 2022년 선랩에 합류하며 또 다른 연구 및 기획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제주도 해안가 주변의 공간 기획 및 운영 프로젝트로, 제주 경관과 마을의 정체성 변화에 대해 고민하며 작업하고 있다. 장기적인 목표로는 고시원 다음 스텝으로 사회적인 생애주기에 따른 ‘임대주택’을 공간적, 사회적 이슈로 논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