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토모 나라는 독특한 캐릭터와 대중적 인기, 미술사적 가치로 최근 미술 시장에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전 세계 주요 미술관이 그의 작품에 주목한다.
Midnight Tears, 2023. © Yoshimoto Nara, Yoshimoto Nara Foundation
Missing in Action, 1999. © Yoshimoto Nara, Yoshimoto Nara Foundation
지난 10여 년 동안 미술 시장에서 가장 큰 폭의 가격 상승을 보인 작가를 손꼽으라면 단연 요시토모 나라를 들 수 있다. 2010년대 중반만 해도 불과 몇천만원에서 몇억원에 손꼽히던 이 작가의 작품이 최근 들어 100억원대 이상으로 올라섰다. 2000년 작품 <칼을 뒤에 숨기고 Knife behind back>는 2019년 홍콩 소더비 경매에서 2495만 달러(약 300억원)에, 같은 해 작품 <행방불명 Missing in action>은 2020년 홍콩 필립스 경매에서 1986만 달러(약 240억원)에 판매된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현상의 이면에는 귀엽고 매력적인 캐릭터의 대중적 인기 위에, 미술관 전시로 인한 미술사적 공증이 더해진 측면이 있다. 나 혼자 좋아하던, 나만 아는 것 같던 마이너 캐릭터가 어느 순간 모두의 히어로가 된 셈이랄까? 그만큼 그의 작품에 나타난 외로움, 우울함, 그 반면의 호기심, 순진함, 그로 인한 악의 없는 잔인함, 성찰, 보호본능 등은 이 시대 사람들의 감성을 대변하는 측면이 있다. 이는 배경도 없이 단 한 사람만 등장하는 작품임에도 마치 한 편의 성장소설 혹은 영화처럼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어당기는 힘을 지닌 이유인 듯. 최근 들어 그의 전시회는 그야말로 화려했다. 2021~22년 미국 LA 라크마, 2022~23년 중국 상하이 유즈 미술관, 그리고 2023~24년 그의 고향 아오모리로 순회한 대규모 개인전이 그것이다. 그 사이에도 2022년 영국 런던 피나코테카 전시, 2023년 말 개관한 아자부다이 힐스 가든의 대형 조각 등의 활동을 이어 나갔다. 현재는 스페인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에서 다시 대규모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오는 11월 3일까지) 지난 전시들은 아쉽게도 팬데믹과 겹쳤지만, 이번 전시는 여름철 핫시즌에 무려 4개월 동안 전개되며 이 시대 가장 유명한 작가이면서도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그의 초기작이나 건축, 음악과의 연관성 등을 총체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Make the Road, Follow the Road, 1990. © Yoshimoto Nara, Yoshimoto Nara Foundation
Little Thinker in the Garden, 2016. © Yoshimoto Nara, Yoshimoto Nara Foundation
요시토모 나라는 1959년 아오모리 출생으로, 2006년 설립된 아오모리 현립 미술관은 나라의 미술관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대형 개 조각을 비롯하여 그의 작품을 다수 소장하고 있다. 그는 아이치 예술대학 석사를 마친 후, 독일로 유학을 떠나 뒤셀도르프 미술대학에서 공부했고 쾰른 등지에 머무르다가 2000년 귀국하며 요코하마 미술관의 대형 전시로 인기의 포문을 열었다. 머리와 눈이 큰 인물을 주요 인물로 해 드로잉, 조각, 세라믹, 그림 등 다양한 방식으로 조형 언어를 발전시켜 왔다. 특히 전시 <내 작품을 볼 사람이 아무도 없을 거라는 걸 알더라도 나는 똑같은 걸 만들 거야> 등 이 시대 젊은이의 트위터에 나올 법한 흥미로운 제목으로 의미를 더한다. 이러한 요소는 문학보다는 음악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는데, 나라는 열한 살 때 근처 미국 공군 기지에서 흘러나온 라디오 방송을 통해 팝송을 접하며 감각적인 언어 표현에 일찍 눈을 떴다. 그가 즐겨 들은 펑크 록 음악에는 방황하는 내면의 고백을 담은 가사가 많았고, 2005년에는 일본 얼터너티브 록 밴드의 앨범 표지를 그려주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도 그가 유럽 여행 시 영감을 받은 음악 25곡을 선별하여 플레이리스트를 추가했고,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음악의 일부를 들어볼 수 있다. 그는 대중문화의 속성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는 팝 아트를, 버려진 산업 사회의 폐기물을 적극 활용한다는 점에서는 누보 레알리즘이나 아르테 포베라를, 동심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는 초현실주의를 떠올리게 한다. 반항적인 어린 아이로부터 해탈한 듯한 명상하는 인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소를 담고 있는 요시토모 나라의 인기는 한동안 계속될 듯하다. 이번 전시는 독일 바덴바덴, 영국 런던으로 순회할 예정이라니 내년에도 유럽에서 그의 전시회를 만나볼 기회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