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이 뜨거운 열기 속에 막을 내렸다. 파리를 비롯한 프랑스 전역에서 펼쳐진 스포츠 이벤트는
각 도시의 매력을 드러냈다. 이제 올림픽의 감동을 따라 프랑스의 다양한 도시로 떠나보자.
전통과 현재의 교차로, 보르도 Bordeaux
6개 도시에서 펼쳐진 올림픽 축구 경기 중, 보르도는 헤르조그&드 뫼롱 Herzog&de Meuron 설계의 보르도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이와 함께 2019년 코펜하겐 건축 스튜디오 빅 BIG이 설계한 복합문화 공간 메카 MECA도 주목할 만한 현대적인 건축물로 평가된다. 하지만 보르도는 현대적인 건축물만이 매력적인 것은 아니다. 이 도시는 350개가 넘는 건축물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을 정도로 역사적 가치가 크다. 대표적인 명소로는 부르스 광장 Place de la Bourse이 있다. 이곳에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평면분수인 ‘물의 거울 Miroir d’eau’이 있어, 부르스의 역사적인 건물과 드넓은 하늘이 수면에 반사된 아름다운 장관을 선사한다. 프랑스 최대 와인 산지인 보르도는 와인도 중요한 매력 중 하나다. 보르도 와인 박물관인 시테 뒤 뱅 La Cité du Vin은 프랑스를 비롯한 전 세계 와인에 대해 소개하고 있으며, 보르도 전경을 파노라마로 감상하며 와인 시음도 할 수 있다. 보르도의 또 다른 매력은 중세 도시와 함께하는 와이너리 투어다. 생테밀리옹 Saint-Émilion은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마을 전체가 살아 있는 역사박물관 같은 역할을 한다. 이곳에서는 지역의 역사적 건물과 기념물이 그대로 보존된 중세 도시의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다.
지중해의 숨결을 품은 항구, 마르세유 Marseille
지난 5월, 남프랑스의 항구 도시 마르세유에 성화가 도착하며 올림픽 퍼레이드가 화려하게 시작되었다. 성화는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가르드 언덕에 위치한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 대성당을 출발해 마르세유의 주요 명소를 지나 프랑스 전역으로 향했다. 마르세유는 파리와 리옹에 이어 프랑스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로, 아름다운 휴양지와 다양한 스포츠 이벤트로 잘 알려져 있다. 축구, 럭비, 투르 드 프랑스 등 다채로운 스포츠가 열리는 이 도시는 2023년 프랑스 럭비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했으며, 올해는 올림픽 요트 경기와 축구 경기를 펼쳐졌다. 마르세유의 중심지인 구 항구 Vieux Port에는 세계적인 건축가 노먼 포스터 Norman Foster가 설계한 거울 파빌리온을 만날 수 있다. 이 혁신적인 구조물은 도시의 현대적 감각을 더하며, 방문객들에게 시각적 즐거움을 제공한다. 바로 옆에 위치한 생 장 요새 Fort St Jean는 2013년 대규모 리노베이션을 거쳐 새롭게 변신했으며, 요새 옆으로는 바다 물결을 본뜬 유럽과 지중해 문명 박물관 뮤셈 MuCEM이 자리한다. 두 개의 대조적인 건물을 하나로 연결한 모습이 마치 역사와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마르세유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빛과 예술의 환대, 리옹 Lyon&안시 Annecy
리옹은 2000년 역사를 간직한 유서 깊은 도시다. 파리 이전의 수도였으며, 지역 전체가 역사지구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전통적인 건축물과 현대미술 작품이 어우러진 독특한 풍경을 자랑한다. 이러한 도시적 특성을 잘 드러내는 리옹 아트 비엔날레가 9월 21일부터 열린다. 2024년 비엔날레의 주제는 ‘강의 목소리 Voices of the Rivers’로 리옹을 흐르는 두 강을 상징하고, 이야기와 교류와 만남을 통해 문명이 형성된 역사를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좀 더 특별한 여행지를 찾는다면, 리옹 근교에 위치한 안시 Annecy로 향하자. ‘알프스의 진주’라는 별명에 걸맞게 맑고 청명한 안시 호수와 그림 같은 알프스 산맥의 풍경이 조화를 이룬다. 안시 중심부에는 중세시대의 옛 시가지가 자리 잡고 있고, 석조 건물과 운하가 교차하는 모습은 마치 작은 베네치아를 연상케 한다. 팔레 드 릴 Palais de L’ile은 12세기 영주의 거처이자 요새로 지어진 곳으로 감옥, 조폐국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다. 현재는 안시 문화유산과 건축물을 소개하는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안시 호수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사랑의 다리 Pont des Amours’에서 이어지는 호수 산책로 르 파키에 Le Paquier d’Annecy를 걸어보자. 알프스의 청량한 풍경 속에서 산책이나 라이딩을 즐길 수 있으며, 산책로 끝에는 호수 해변이 있어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고요한 역사의 도시, 님 Nîmes
프랑스 남부 옥시타니 지역, 몽펠리에 근처에 자리한 님은 로마제국의 통치를 받은 고대 도시로, 곳곳에서 로마시대의 유적을 발견할 수 있다. 님 중심부에 위치한 메종 카레 Maison Carrée는 로마제국 초기인 약 2000년 전에 지어진 신전 중 하나로, 고대 건축의 위엄을 지금까지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바로 옆에는 현대 미술관 카레 다르 Carré d’Art-Musée d’Art Contemporain de Nîmes가 있다. 유명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설계한 곳인데, 고대 신전의 클래식한 외관과 모던한 건축이 대조를 이루어 도시의 독특한 매력을 한층 더한다. 님에서 또 하나 놓칠 수 없는 명소는 님 원형경기장 Arènes de Nîmes이다. 이 거대한 원형경기장은 길이 133m, 높이 21m에 이르는 규모로, 과거 검투사들이 펼친 치열한 경기의 현장이다. 오늘날에는 이를 재현한 페스티벌이 열리며, 관람객들에게 로마시대의 박진감을 선사한다. 경기장 맞은편에는 로마 문명 박물관 Musée de la Romanité이 있어 고고학적 유물 약 5000점을 통해 25세기에 걸친 로마 문명의 역사를 소개하고 있다. 님에서 고대 유적 사이를 거닐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분수 정원 Jardins de la Fontaine을 추천한다. 이 정원은 18세기 중반 프랑스식으로 조성되었지만, 그 기원은 훨씬 더 오래된 로마제국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원 내 분수와 수로는 로마의 수도 시스템을 따랐으며, 다이애나 신전 Temple de Diane과 마뉴 탑 Tour Magne 등 고대 유적이 함께 어우러져, 로마 건축과 프랑스 고전주의가 결합된 독특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자료제공: 프랑스 관광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