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항아리의 재해석 2

달항아리의 재해석 2

달항아리의 재해석 2

조선시대의 달항아리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창조하는 세라믹 아티스트 3인과의 인터뷰.

유나 허 Yoona Hur

2021년 프란시스 갤러리 FRANCIS GALLERY에서 선보인 개인전.

간단하게 자기 소개 부탁한다. 서울에서 태어나 현재 뉴욕에 거주하는 예술가. 세라믹과 회화를 통해 문화적 정체성과 영성, 물질성을 탐구하고 있다. 주로 자연, 한국 전통예술, 건축, 단색화, 불교, 힌두교에서 영감을 받는다.

자신의 스타일을 키워드로 정의하자면? 타임리스한, 명상적인, 친밀한, 취약한, 근본적인, 덧없는.

도자기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세라믹의 독특한 물질성에 자연스레 끌렸다. 점토의 부드럽고 유연한 특성이 놀라웠고, 유약과 굽는 정도에 따라 새로운 것이 나타나는 점이 매력적이다. 예측할 수 없는 작업을 좋아한다. 또한 세라믹은 세계 많은 고대 문화에서 발견되어, 각 나라의 미학과 신념을 배울 수 있는 매체로 매혹적이다.

올해 뉴욕의 아멜리에 메종 드 아트 Amelie Masion D’Art에서 선보인 개인전. 생생한 자연의 움직임을 모티브로 한 와일드 가든 Wild Garden 시리즈를 선보였다.

한국 전통 도자기에서 영감을 얻은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내 유산과 재연결하는 방법이었다. 열두 살에 한국을 떠나 캐나다와 미국에서 자라면서, 한국에 대한 깊은 그리움과 갈증이 있었다. 도자기와 한국 전통예술의 역사는 나에게 한국을 다시 발견하는 렌즈가 되었다. 고대 도자기를 조사하면서 조상의 삶과 철학을 배울 수 있었다.

달항아리에 주목하게 된 이유는? 달항아리는 중국과 일본의 영향을 받지 않은 독립적인 형태로, 조선시대의 한국 정신을 대표한다. 역사적 측면 외에도 비대칭적인 불완전함이 매력적이며, 단순함과 깊이를 동시에 지닌다. 구형 형태와 부드러운 질감, 달항아리를 둘러싼 보편적 주제들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내 달항아리가 다양한 관객에게서 사랑을 받는 것 같다.

헤더 가우디오 파인 아트 Heather Guadio Fine Arts에서 선보인 개인전 <움직이는 고요 Moving Stillness>에서 선보인 신작 .

회화 작업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비슷한 듯 다른 작업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도자기는 내면을 들여다보고 안정감을 주는 반면, 회화는 미세한 움직임과 확장성을 담고 있다.

작업 과정에서 강조하는 요소는? 유동성과 다양성. 도자기와 회화, 모두 다양한 시리즈로 만드는 것을 좋아하며, 다양한 매체가 어우러진 공간을 창조하고 싶다. 각 시리즈는 정원의 씨앗과 같아서 각각의 독특함을 가지고 있지만 서로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환경을 만들어간다. 마치 정원사가 계절의 변화와 함께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듯이, 난 다양한 씨앗과 식물을 개발하고 있으며, 전시와 협업의 기회가 생기면 그 시간에 맞는 정원을 완성한다.

깊은 심연의 바다가 그려지는 블루 코발트색의 달항아리. <Moon-Eyed, I See You>, 2024.

기억에 남는 고객은? 모든 고객을 사랑하지만 공통적으로 내 작품에 개인적 공감을 하는 점이 기억에 남는다. 한 수집가는 회화 작품 를 침실에 두어 매일 명상 연습을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집가는 자신의 마음을 치유하고 있을 때 만난 내 달항아리의 금속 복구 작업에서 위안을 얻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대부분 내 작품이나 스튜디오를 방문한 많은 이들이 차분함, 치유, 사색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러한 감정을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예술의 친밀함과 섬세함을 믿는다.

좋아하는 예술가는? 한국 단색화의 거장들. 물질성에 대한 섬세한 접근과 명상적인 창작 방식에서 깊은 영감을 받았다. 구본창의 사진은 한국 전통 도자기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켰다. 그의 렌즈를 통한 물체는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으로 보인다. 그리고 피트 아우돌프 Piet Oudolf와 댄 피어슨 Dan Pearson 같은 조경 디자이너들에게도 매료되어 있다. 자연 세계를 이해하는 그들의 방식이 내게 많은 영감을 준다.

뉴욕 작업실에 선 허윤영 작가. 도자부터 회화까지 다채로운 작업이 줄지어 서 있다.

최근 준비 중인 전시는? 오는 11월 로스앤젤레스 프란시스 갤러리에서 과 시리즈를 선보이려 한다. 불교, 힌두교, 요가, 한국 유산 같은 주제를 탐구한 이전 작업의 연속이며, 새로운 시각 언어로 발표할 계획이다.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은? 자연 속 명상 스튜디오를 만들고 싶다. 도자기, 회화, 향기를 포함한 대형 설치 작업을 통해 사람들이 감각을 재발견하고,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는 공간을 꿈꾸고 있다.

INSTAGRAM @yoona.h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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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과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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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과 현실

스위스 출신의 아티스트 니콜라스 파티가 호암미술관을 거대한 색의 캔버스로 물들였다.

파스텔 고유의 일시성과 연약함을 통해 인간, 자연, 그리고 문명의 흥망을 담아낸 그의 작품 세계는 이번 전시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에서 생생하게 펼쳐진다.

소프트 파스텔을 활용하여 직접 벽에 그려넣은 <나무 기둥> 벽화. 벽에 걸린 작품은 <버섯이 있는 초상>. © Nicolas Party

여인의 몸을 사슴이 휘감고 있는 듯한 작품 <사슴이 있는 초상>. © Nicolas Party

벽화 앞에선 니콜라스 파티. © Woojeong Lee

니콜라스 파티 Nicolas Party는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인물 중 한 시람이다. 호암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는 그의 가장 큰 규모의 전시로, 기존 회화와 조각은 물론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특히 미술관 벽에 직접 그려낸 다섯 점의 파스텔 벽화는 전시가 끝나면 ‘공기 속 먼지처럼’ 사라질 예정. 파스텔 특유의 일시성과 연약함을 바탕으로, 파티는 작품을 통해 자연과 문명의 흥망, 그리고 인간 존재의 덧없음을 표현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파티가 조선시대의 고미술 작품인 <십장생도>와 <군선도>를 샘플링해 재창조한 여덟 점의 초상화가 눈길을 끈다. 이 초상화들은 사슴, 학, 개, 당나귀 등의 동물과 인간이 기묘하게 결합된 모습으로, 고대 상징과 현대적 상상력이 뒤섞인 독특한 매력을 선사한다. 그뿐만 아니라 전시장 입구에 그려진 커다란 <폭포> 벽화는 구불구불한 붉은 돌산 사이를 시원하게 가로지르는 물줄기가 장대하고 기이한 풍경을 펼쳐내며 우리를 한순간에 신비로운 세계로 이끈다. 전시장 내부에도 깊고 푸른 <동굴>, 핏빛 <나무 기둥>, 잿빛 <구름> 벽화 등 마치 인공적으로 꾸며진 듯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관람객의 시선을 붙잡는다. 또한 파티는 동서고금의 문화적 상징과 재현을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엮어내며 우리의 상상을 자극한다. <주름>과 <곤충> 연작은 16세기 이탈리아 화가 브론치노의 해부학적 인체 표현과 17세기 플랑드르 화가 얀 반 케셀 같은 옛 거장들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는데, 뒤틀리고 주름진 형태와 신체 표현은 초현실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이 작품들은 정선의 <노백도>와 함께 전시되며, 삶과 죽음의 경계가 뒤섞인 듯한 기이함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전시의 관람 포인트는 미술관 자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시장 내부는 미로처럼 구성했으며, 중세 건축의 아치형 문과 다양한 색의 방들이 이어져 있어 각 방에 들어설 때마다 마치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고미술 작품과 파티의 작품이 나란히 전시된 부분에서는 동서양 미술의 대화도 감상할 수 있다. 그 무엇보다 전시 기간에만 존재하는 파스텔 벽화는 놓치지 말아야 할 관람 포인트다. 이번 호암미술관 전시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는 작품 감상을 넘어, 하나의 시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거대한 예술적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호암미술관에 직접 그린 벽화 <구름>과 작품 <부엉이가 있는 초상>. © Nicolas Party

푸른 색감이 인상적인 <여름 풍경>. © Nicolas Par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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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속의 기억

유리 속의 기억

유리 속의 기억

투명한 유리에 담긴 재와 그을음으로 사물의 사라짐과 변화를 기록하는 박지민 작가.

높은 온도의 유리판 사이에 일상 사물을 넣어 태우는과정에서 생기는 재와 그을음을 볼 수 있는 <바니타스 시리즈 Vanitas Series>.

유리 물성 자체를 탐구하며 독특한 텍스처와 형태를 선보이는 박지민 작가.

박지민 작가는 유리 공예 작업에서 재와 그을음을 활용하여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어낸다. 수집한 사물들을 700~1200℃의 유리 사이에 넣어 그을음으로 변형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이 작업은 단순히 재료를 모으는 것이 아니라 사물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고온에 의해 사물이 타고 남은 흔적을 유리에 고정시킨다. 투명한 유리판 사이에 담긴 사물들은 타면서 재로 변하고, 그 흔적은 유리 안에 남아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 흥미롭다. “저만의 방식으로 앨범을 만든다고 생각해요. 어릴 적에 가족 여행을 다녀오면 엄마가 앨범에 단풍잎을 넣고, 날짜와 추억을 기록하시던 모습이 기억나요. 투명한 유리판 사이에 코팅하듯 담긴 사물은 높은 온도에 재가 되어요. 재는 바람에 흩날려 사라지기 마련인데, 유리 안에 그대로 남아 있는 점이 재미있기도 해요.” 길 위의 낙엽이나 신문지, 영수증 같은 일상사물은 물론 재개발이나 벌목 장소에서 수집한 버려진 사물을 작업에 활용하며,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을 담아내는 데 주목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레지던시 결과보고전에 선보인 <별 01-65>. 폐유리를 선별해 다양한 색감과 텍스처를 구현했다.

© 곽동기

이 과정에서 사용된 사물은 재료와 온도에 따라 형태와 색이 변하며, 원래 모습을 잃고 추상화되는 점이 작가에게 흥미롭게 다가온다. 유리 작업은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던 학부 시절, 투명한 재료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다. 작가는 유리의 물성에 대한 탐구를 중심으로 다양한 실험을 진행했고, 이를 통해 평면 작업부터 입체적인 오브제, 대규모 설치 작업까지 폭넓은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인공적인 색을 사용하지 않고 우연성에 기반한 작업을 통해 매번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며 유리라는 재료의 무한한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특히 올해 초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창작스튜디오에서 시작한 작업은 유리 물성 자체에 대한 심도 깊은 탐구를 보여준다. “다른 재료는 파손이 되었을 때 똑같이 돌이킬 수 없지만, 유리는 물성상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뜨겁게 녹이면 다시 붙어요. 버려진 유리들을 보며 ‘폐유리의 기준이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들었고, 재처럼 유리를 작게 분쇄해 새로운 형태로 만들어보기 시작했어요.

뉴욕 어반 글라스 Urban Glass에서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연 개인전 에서 선보인 유리 달항아리.

버려진 유리에 대한 고민을 담은 <폐유리 관찰기>.

작가는 폐유리를 재처럼 분쇄해 다시 덩어리로 만들고, 이를 통해 유리의 순환 과정을 표현한다. 유리가 깨지고 가루가 된 상태에서 다시 합쳐져 새로운 형태로 태어나는 모습을 우주의 별이 탄생하고 소멸하는 과정에 비유하며, 이 순환의 개념을 작품에 반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실용적인 기능을 담은 공예 작업을 처음으로 시도하고 있으며, 이를 뉴욕과 서울에서 전시하고 있다. 뉴욕에서는 전통적인 청호백자를 재해석한 유리 달항아리 작품을 선보인다. 전통 항아리 표면에 그려진 소나무, 매화, 포도를 유리에 넣고, 이때 타면서 변형된 이미지를 통해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만든다. “우연성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같은 작업을 하더라도 의도하지 않은 새로운 발견을 하게 돼요. 겉보기엔 비슷해 보일지라도 매번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내며 유리에 대해 알아가고 있어요.” 작가는 유리 작업을 통해 실용성과 공예적 아름다움을 담아내며, 유리 재료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여정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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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이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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