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이 홍콩에서 서울과 도쿄로 이동 중이다.
새로운 예술 허브로 부상하고 있는 두 도시의 행보를 주목할 것.
홍콩이 아시아 미술시장의 전반을 장악하던 시기가 지나고, 팬데믹 이후 새로운 열풍이 불어오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은 단연 극동 아시아의 서울과 도쿄다. 먼저 도쿄에서는 지난 7월 2회째를 맞은 ‘겐다이 아트 페어’에 맞춰 도쿄 시내 신설 대형 복합쇼핑몰 겸 레지던시, 아자부다이 힐스에 페이스 갤러리 도쿄 지점이 문을 열었다. 같은 시기에 모리미술관에서는 일본의 전통 민예를 흑인의 인권운동과 연결시킨 미국의 개념예술가, 티에스터 게이츠의 대규모 회고전이 열리며 열기를 더했고, 모리미술관을 포함한 주요 미술관에서 아트 페어 VIP에게 지정일 무료 입장 혜택을 제공하기도 했다. 오는 10월 말에는 교토에서 해외 갤러리와 일본 갤러리가 짝을 지어 하나의 부스를 구성하는 독특한 개념의 ‘아트 컬래버레이션 도쿄’ 페어를 열 계획이고, 11월 첫 주에는 도쿄 전역에 흩어져 있는 여러 갤러리, 미술관, 아트센터를 한 번에 방문할 수 있도록 전용 버스와 맵을 제공하는 ‘아트 위크 도쿄’가 열릴 것이다.
한편 서울에서는 2022년부터 키아프와 프리즈가 동시에 개최를 시작하며 비약적인 변화가 이루어졌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서울아트위크’ 기간에는 해외 미술관 큐레이터, 갤러리 관계자, 컬렉터, 기자, 그리고 관광객까지 더해져 이곳이 한국인가 싶을 정도로 외국인이 함께하는 파티 문화가 곳곳에서 열렸다. 리움미술관과 갤러리, 라이프스타일 숍이 즐비한 한남동, 국립현대미술관과 갤러리 밀집 지역인 삼청동, 갤러리와 옥션 그리고 명품 플래그십의 아트 프로젝트가 풍성한 청담동, 그리고 올해는 을지로까지 더해 매일 저녁 늦게까지 전시장 문을 열고 방문객을 맞이하며 지역별 ‘나잇 파티’를 개최한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광주 비엔날레, 부산 비엔날레까지 시기를 9월 초로 맞추었고, 주요 미술관에서도 기획전으로 열기를 더했다. 8월 17일 아트선재센터 서도호 개인전을 시작으로(11월 3일까지), 리움미술관에서는 아니카 이(9월 5일~12월 29일), 용인 호암미술관에서는 니콜라스 파티(8월 31일~2025년 1월 19일),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는 엘름그린&드라그셋(9월 3일~2025년 2월 23일) 등이 개관하여 연말까지 풍성한 전시회가 계속된다.
아트 열풍은 오는 10월 런던과 파리로 이어질 것이다. ‘프리즈 런던’(10월 9~13일)에 이어 바로 다음주에 ‘아트 바젤 파리’(10월 18~20일)로 이어질 것이다. 2025년에는 이와 같은 모양새가 아시아에서도 펼쳐질 듯하다. 9월 첫 주에 ‘키아프&프리즈 아트 페어’가 열리고, 그 다음 주에는 7월에서 9월로 시즌을 옮긴 ‘도쿄 겐다이 아트 페어’가 열리기 때문이다. 멀리서 온 관계자들이 서울에 온 김에 도쿄에도 가고,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게 될지 혹은 두 도시가 경쟁하게 될지 귀추를 모은다. 최근의 아트 페어는 각 도시마다 고유의 매력으로 차별화 중이다. 관람객 수나 매출로 우열을 가리는 것이 촌스럽게 여겨지고도 있다. 그러나 큰 자본을 투자해야 하는 갤러리와 바쁜 시간을 쪼개야 하는 컬렉터 입장에서는 두 도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지도 모른다. 유럽 분위기는 브렉시트 때문인지 지난해 런던보다는 파리가 흥미로웠다는 평이 우세하다. 그 여세를 몰아 올해 아트 바젤은 ‘파리 플러스’라는 가면을 떼어내고, 아트 바젤 파리를 드러내며 적극적인 공세를 펼칠 모양이다. 런던과 파리, 도쿄와 서울의 경쟁 구도만큼이나, 세계 양대 아트 페어인 프리즈 VS 바젤의 힘겨루기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서울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메이지 유신으로 우리보다 100년 먼저 문호를 개방한 국제도시 도쿄는 홍콩만큼이나 강력하다. 어쩌면 한국의 매력은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들의 환대 문화에 있는 것이 아닐까? 파티가 지나치다는 평에도 불구하고 매년 또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 손님이 오면 상다리가 휘어지게 대접하는 한국의 ‘정’ 문화가 여전히 우리의 DNA에 남아 있음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