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속삭임

자연의 속삭임

자연의 속삭임

프랑스에서 오랜 시간 활동하며 유럽 시장에서 큰 사랑을 받아온 패브릭 작가 이은일이 근 20년 만에 현우디자인과의 두 번째 전시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 <숲>은 자연과 생명, 역사, 그리고 삶과 마음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이은일 작가가 그동안 쌓아온 예술적 경험과 철학이 담긴 작품들을 공개했다. 이은일은 프랑스 명품 벽지 브랜드 엘리티스 Élitis, 벨기에의 오멕스코 Omexco 같은 고급 브랜드와 협업하며 유럽 패브릭 시장에서 큰 인정을 받았다. 이번 현우디자인과 함께하는 전시를 위해 서울을 찾은 이은일 작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서정적인 분위기의 ‘존재’와 ‘속삭임’

이번 전시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주세요. 전시 주제는 ‘숲’입니다. 숲이라는 것은 제가 지난 20년간 걸어온 여정을 상징하는 메타포로서 생명과 역사, 다양한 스토리가 담긴 하나의 세계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이 작품들은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요? 커튼, 베개, 심지어 목걸이 같은 형태로도 활용될 수 있어요. 제가 사용한 재료는 필리핀에서 나는 아바카(바나나와 같은 식물군에 속하는 천연섬유)와 실크입니다. 한국의 모시나 삼베와 비슷한 질감을 표현하고 싶었죠. 소재 자체가 매우 다재 다능해서 사용자의 창의성에 따라 다양하게 응용될 수 있습니다.

개나리꽃을 연상시키는 듯한 작품도 있어요. 전시장 입구에 있는 봄꽃(개나리)은 실제 개나리를 떠올리며 작업한 것입니다. 종이를 염색해 꽃처럼 매듭을 지었고, 아바카와 실크를 섞어 섬세하게 짠 후, 핸드 페인팅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저는 재료와의 대화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재료가 가진 특성을 최대한 살려 작품에 적용하려고 해요. 어떤 디자인을 만들어내기보다는, 재료가 가진 개성과 이야기를 그대로 끌어내는 것이 제 작업 방식입니다. 이를 통해 자연과 동양적 요소, 그리고 서양의 현대적 감각을 조화롭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작업의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주로 일상 속에서 작업의 영감을 얻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떠오르는 생각이나, 평범한 순간 속에서 문득 발견하는 장면이 작업의 출발점이 됩니다. 저는 자연을 아주 좋아하고, 한국의 자연과 문화에서 많은 영감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적인 서정성과 자연스러움을 좋아하는데, 이는 제 작품에서 차분한 색감과 자연의 흐름을 표현하는 데에도 반영됩니다. 재료가 가진 이야기와 특성을 자연 속에서 발견하고 이를 작품에 녹여내는 것이 저의 창작 과정입니다.

패브릭이라는 재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패브릭은 그 자체로 따뜻하고 유연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특성은 작업에 따뜻함을 불어넣고, 그 자체로도 매우 유연한 표현이 가능하게 만듭니다. 패브릭은 매우 유동적이고, 그 자체로 완성된 형태를 만들 수 있는 재료입니다. 재료를 꼬고, 자르고, 꿰매는 과정에서 형태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회화나 조각과는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디자인과 예술, 두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사실 저는 예술가라기보다는 디자이너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디자인은 생산과 판매를 목표로 하지만, 예술은 그 자체로 독립된 가치가 있잖아요. 저는 작품을 상품화해서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요. 제 생각을 반영한 디자인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팔고, 그들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작 ‘숲’

INSTAGRAM @hyunwoodesign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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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아트 열풍

아시아의 아트 열풍

아시아의 아트 열풍

팬데믹 이후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이 홍콩에서 서울과 도쿄로 이동 중이다.

새로운 예술 허브로 부상하고 있는 두 도시의 행보를 주목할 것.

데이비드 즈위너 갤러리에서 선보인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 © 프리즈

홍콩이 아시아 미술시장의 전반을 장악하던 시기가 지나고, 팬데믹 이후 새로운 열풍이 불어오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은 단연 극동 아시아의 서울과 도쿄다. 먼저 도쿄에서는 지난 7월 2회째를 맞은 ‘겐다이 아트 페어’에 맞춰 도쿄 시내 신설 대형 복합쇼핑몰 겸 레지던시, 아자부다이 힐스에 페이스 갤러리 도쿄 지점이 문을 열었다. 같은 시기에 모리미술관에서는 일본의 전통 민예를 흑인의 인권운동과 연결시킨 미국의 개념예술가, 티에스터 게이츠의 대규모 회고전이 열리며 열기를 더했고, 모리미술관을 포함한 주요 미술관에서 아트 페어 VIP에게 지정일 무료 입장 혜택을 제공하기도 했다. 오는 10월 말에는 교토에서 해외 갤러리와 일본 갤러리가 짝을 지어 하나의 부스를 구성하는 독특한 개념의 ‘아트 컬래버레이션 도쿄’ 페어를 열 계획이고, 11월 첫 주에는 도쿄 전역에 흩어져 있는 여러 갤러리, 미술관, 아트센터를 한 번에 방문할 수 있도록 전용 버스와 맵을 제공하는 ‘아트 위크 도쿄’가 열릴 것이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프리즈 서울. © 프리즈

한편 서울에서는 2022년부터 키아프와 프리즈가 동시에 개최를 시작하며 비약적인 변화가 이루어졌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서울아트위크’ 기간에는 해외 미술관 큐레이터, 갤러리 관계자, 컬렉터, 기자, 그리고 관광객까지 더해져 이곳이 한국인가 싶을 정도로 외국인이 함께하는 파티 문화가 곳곳에서 열렸다. 리움미술관과 갤러리, 라이프스타일 숍이 즐비한 한남동, 국립현대미술관과 갤러리 밀집 지역인 삼청동, 갤러리와 옥션 그리고 명품 플래그십의 아트 프로젝트가 풍성한 청담동, 그리고 올해는 을지로까지 더해 매일 저녁 늦게까지 전시장 문을 열고 방문객을 맞이하며 지역별 ‘나잇 파티’를 개최한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광주 비엔날레, 부산 비엔날레까지 시기를 9월 초로 맞추었고, 주요 미술관에서도 기획전으로 열기를 더했다. 8월 17일 아트선재센터 서도호 개인전을 시작으로(11월 3일까지), 리움미술관에서는 아니카 이(9월 5일~12월 29일), 용인 호암미술관에서는 니콜라스 파티(8월 31일~2025년 1월 19일),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는 엘름그린&드라그셋(9월 3일~2025년 2월 23일) 등이 개관하여 연말까지 풍성한 전시회가 계속된다.

모리미술관 티에스터 게이츠 전시 전경. © Ian Art Consulting

키아프에 참가한 디갤러리 전시관 전경. © 키아프

아트 열풍은 오는 10월 런던과 파리로 이어질 것이다. ‘프리즈 런던’(10월 9~13일)에 이어 바로 다음주에 ‘아트 바젤 파리’(10월 18~20일)로 이어질 것이다. 2025년에는 이와 같은 모양새가 아시아에서도 펼쳐질 듯하다. 9월 첫 주에 ‘키아프&프리즈 아트 페어’가 열리고, 그 다음 주에는 7월에서 9월로 시즌을 옮긴 ‘도쿄 겐다이 아트 페어’가 열리기 때문이다. 멀리서 온 관계자들이 서울에 온 김에 도쿄에도 가고,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게 될지 혹은 두 도시가 경쟁하게 될지 귀추를 모은다. 최근의 아트 페어는 각 도시마다 고유의 매력으로 차별화 중이다. 관람객 수나 매출로 우열을 가리는 것이 촌스럽게 여겨지고도 있다. 그러나 큰 자본을 투자해야 하는 갤러리와 바쁜 시간을 쪼개야 하는 컬렉터 입장에서는 두 도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지도 모른다. 유럽 분위기는 브렉시트 때문인지 지난해 런던보다는 파리가 흥미로웠다는 평이 우세하다. 그 여세를 몰아 올해 아트 바젤은 ‘파리 플러스’라는 가면을 떼어내고, 아트 바젤 파리를 드러내며 적극적인 공세를 펼칠 모양이다. 런던과 파리, 도쿄와 서울의 경쟁 구도만큼이나, 세계 양대 아트 페어인 프리즈 VS 바젤의 힘겨루기도 만만치 않다.

겐다이 아트 페어의 전시 전경. © Ian Art Consulting

그렇다면 서울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메이지 유신으로 우리보다 100년 먼저 문호를 개방한 국제도시 도쿄는 홍콩만큼이나 강력하다. 어쩌면 한국의 매력은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들의 환대 문화에 있는 것이 아닐까? 파티가 지나치다는 평에도 불구하고 매년 또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 손님이 오면 상다리가 휘어지게 대접하는 한국의 ‘정’ 문화가 여전히 우리의 DNA에 남아 있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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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이안아트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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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속 바우하우스

파리 속 바우하우스

파리 속 바우하우스

파리 중심에 클래식한 미감과 그래픽적인 모던함이

어우러진 호텔 노먼이 문을 열었다.

그래픽 디자이너인 노먼 아이브스의 취향을 녹여내 다채로운 색감을 담은 스위트룸 내부.

파리는 행정구역 단위인 구(區)의 이름을 숫자로 붙여 구분하고 있다. 가장 중심에서 시작하는 1구에서부터 오른쪽으로 돌아가며 번호가 늘어나 20구까지 달팽이 모양으로 배열되어 있고, 구마다 각각의 개성과 특성이 있다. 1구는 가장 역사적인 루브르 박물관이 있고, 5구에는 지식의 전당 소르본대학이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8구는 대통령 집무실인 엘리제궁이 있어 정치 1번가이기도 하지만 샹젤리제 거리를 중심으로 파리의 화려함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샹젤리제, 몽테뉴, 조지5세 거리를 잇는 지역을 골든 트라이앵글이라 부른다. 19세기에 탄생한 오스만 양식의 전형적인 파리 건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고, 전통적인 부촌 16구와 인접해 있다. 대중교통 접근성이 뛰어나 금융, 럭셔리 기업, 대형 로펌, 부동산 회사들이 선호하는 곳이다. 당연하게 고가의 브랜드, 호텔, 레스토랑이 많고 경쟁이 치열한 곳으로 유명하다.

이국적인 태국요리를 선보이는 티우 레스토랑 Thiou Restaurant.

파리 전경을 볼 수 있는 스카이스위트룸 테라스.

자연의 질감을 살린 스파 옴니센스 Spa Omnisens.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에 새롭게 문을 연 호텔 노먼 Hôtel Norman이 최근 크게 떠오르고 있다. 호텔 이름은 독특하게 미국의 유명한 화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인 노먼 아이브스의 이름에서 따왔다. 바우하우스의 영향을 받은 노먼은 1950년대와 1960년대의 미국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한 사람으로 색채, 단순함, 기능성, 형태의 모든 조화를 중요시했다. 호텔 노먼의 디자인을 책임진 건축가 토마 비달랭 Thomas Vidalenc은 노먼의 취향을 오마주하면서 자신의 색도 잊지 않는 모던한 호텔을 탄생시켰다. 로즈우드와 오크, 대리석, 가죽, 강철, 유리 등 다양한 소재를 이용한 실내외 공간은 따뜻하면서도 모던함을 놓치지 않고 있다. 객실 29개와 스위트룸 8개로 구성된 호텔은 방문객의 프라이버시와 맞춤형 서비스에 최적화되어 있다. 파리의 태국요리를 선도하는 티우 셰프의 요리와 바와 스파까지 완벽한 휴가를 위한 모든 시설이 빠짐 없이 준비되어 있다. 비즈니스를 위해 파리를 방문하거나 또는 마치 내 집에 머무는 것 같은 차분한 느낌의 파리 호텔을 원한다면 가장 적절한 선택이 되리라 생각한다.
ADD 9 Rue Balzac, 75008 Paris  INSTAGRAM @hotelnorman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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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진병관(파리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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