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트라산타에서 72시간 1

피에트라산타에서 72시간 1

피에트라산타에서 72시간 1

조각가 로랑스 보넬과 함께한 이탈리아 피에트라산타 여행.

유명한 종탑이 내려다보이는 피아차 델 두오모 Piazza del Duomo. 해마다 이곳에서는 대리석의 힘을 기념하는 전시를 통해 한 조각가가 조명된다. 여기에는 ‘조각의 유산’이라는 주제로 한국 아티스트 박은선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조각가이자 갤러리스트인 로랑스 보넬 Laurence Bonnel. 파리에서 운영하는 갤러리 센 우베르트에서 젊은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그는 피에트라산타와 포르테 데이 마르미 사이에 자리한 베르실리아에서 자신의 천국을 찾았다.

“예술, 역사, 문화, 라이프스타일, 미식, 포도주. 이곳에서는 모두 만족스러워요!” 로랑스 보넬이 감탄하며 말한다. 조각가이자 파리 갤러리 센 우베르트 Scene Ouverte를 설립한 로랑스 보넬과 미슐랭 스타 셰프인 남편 야닉 알레노가 피에트라산타 Pietrasanta를 발견할 수 있었던 건 가까운 친구의 초대 덕분이었다. 부드러운 모래 해변이 있는 티레니아 바다와 놀라운 대리석 채석장이 있는 아푸아네 알프스 사이에 자리한 토스카나의 내륙 지방, 베르실리아 Versilia(카라라와 피에트라산타 일대)에 부부는 한눈에 반했다. 겨울을 포함해 해마다 이곳에 올 정도로 말이다. “이곳의 뛰어난 전문 기술을 활용할 수 있어서 사탕 가게에 온 아이 같아요. 여기에는 브론즈 주물 공장이 있고, 저기에는 정말 말도 안 되지만 부드러운 대리석이 있으니까요.” 르네상스 이후에 예술의 대가들이 피에트라산타에서 계보를 이으며 작업하고 서로 가깝게 지냈다. 미켈란젤로에서 로댕, 헨리 무어에서 장 아르프, 페르난도 보테로에서 이고르 미토라이 등. 이 도시는 야외 그리고 수많은 컨템퍼러리 아트 갤러리에서 큰 전시를 열어 이 예술가들을 기념한다. “피에트라산타에는 독특한 분위기가 지배하고 있어요. 매우 활기찬 동시에 세상과는 동떨어진 느낌이죠. 미켈란젤로의 영혼이 떠다니는 것 같아요. 저에게는 개인적인 일로 시간과 문화, 역사와의 관계를 함양하는 것이 정말 감동적이에요.” 로랑스를 즐겁게 하는 환희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수호자 같은 곳이다. “이탈리아에서 좋아하는 건 숨 멎을 듯한 아름다움과 단순하면서도 시크함, 그리고 삶의 즐거움입니다.”

CAFFE PRINCIPE

프라다가 구입한 포르테 데이 마르미 Forte dei Marmi의 신화적인 카페. 건축가 미켈레 보난이 새롭게 단장했다. 카푸치노와 브리오슈를 먹는 아침 시간, 아이스크림을 먹는 오후, 그리고 아페리티프 타임에는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매력적으로 낡은 1950년대 리비에라 분위기의 데코도 멋있다.
ADD Via Giosue Carducci, 2, Forte dei Marmi INSTAGRAM @principe_forte_dei_marmi

GALERIA SUSANNA ORLANDO

친절하고 감성적인 수산나 오를란도는 가족 대대로 내려오는 예술상을 이어서 하고 있다. 포르테 데이 마르미에서 오랜 기간 살다가 피에트라산타로 갤러리를 옮겼는데, 이곳에서 그는 조각을 새롭게 발견했다. 갤러리에서는 구상 화가들의 작품과 종이에 그린 습작들을 전시한다. 로랑스가 특히 애정하는 시칠리아 아티스트 지롤라모 치울라의 회고전도 열렸다.
ADD Via Garibaldi, 30, et via Stagio Stagi, 12 WEB Galleriasusannaorlando.it

GALLERIA BARBARA PACI

로랑스에게는 이 지역 최고의 갤러리. 로랑스와 친구가 된 바르바라는 열정과 기쁨을 갖고 일한다. “그녀가 선택한 아티스트들이 좋아요. 그들의 작품은 역사와 아트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데 동시대적 해석도 하고 있죠. 이 점이 좋아요. 이 지역 소재인 대리석과 브론즈에 집중한다는 점도 마찬가지고요. 박물관과 컬렉터에 대한 그의 활동도 높이 평가합니다.”
ADD Piazza Duomo, 25 WEB Barbarapaciartgallery.com

NINA

젊은 서점 주인인 니나는 다양하게 선택한 책 중에서 틈새 출판사의 책들(몇몇은 영어로 된 책)을 선호한다. 소설, 에세이, 만화, 앨범, 청소년 문학 등 이곳에서 그는 사인회와 독자와의 만남, 어린이를 위한 독서 워크숍을 열어서 이른 시기에 읽는 즐거움을 알게 하려고 한다.
ADD Via Barsanti, 7

LE BAPTISTERE
DE L’ORATOIRE
DE SAN GIACINTO

15세기에 지어진 옛 산마르티노 교회의 기도실에는 2세기 후에 대리석으로 조각한 세례당이 있다. 교회 한가운데 자리한 세례당에서는 컨템퍼러리 작품들도 전시된다. 로랑스는 ‘이곳은 내 가족 역사와 긴밀한 관련을 맺고 있어서 특히 소중하다’고 말한다.
ADD Via Garibaldi, 10

유명한 콜롬비아 조각가이자 화가인 페르난도 보테로는 이곳의 주조 기술에 이끌려 피에트라산타에 초기 정착한 컨템퍼러리 아티스트 중 한 사람이다. 그의 거대한 청동 조각 <전사 Guerrier>는 도시 입구에서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ENOTECA MARCUCCI

“거리에 놓은 테이블, 즐거운 분위기, 아티스트 등 이탈리아에서 좋아하는 모든 것이 있어요. 물론 주인인 미켈레도요!” 로랑스가 즐겁게 말한다. 이곳은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다. 이탈리아 전역과 세계 곳곳의 와인 4000여 가지가 15세기 지하 아치 저장고에 보관돼 있다. 치즈와 햄, 석쇠에 구운 토스카나식 고기와 가정식 요리를 맛볼 수 있고, 좋은 와인을 가득 채울 수 있다.
ADD Via Garibaldi, 40 WEB Enotecamarcucci.com

ZOE BOUTIQUE

베네치아 출신의 크리스티나 크레스피나가 오픈한 아이코닉한 패션 숍 조 ZOE에는 20년 넘게 유니크한 스타일을 울트라 시크한 감각으로 선보이고 있다. 폭발하는 색, 좋은 소재, 유려한 재단, 엄선한 국제적 브랜드, 액세서리, 주얼리 등 모든 걸 갖고 싶게 된다!
ADD Via Barsanti, 23/25 WEB Zoeboutique.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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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속삭임

자연의 속삭임

자연의 속삭임

프랑스에서 오랜 시간 활동하며 유럽 시장에서 큰 사랑을 받아온 패브릭 작가 이은일이 근 20년 만에 현우디자인과의 두 번째 전시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 <숲>은 자연과 생명, 역사, 그리고 삶과 마음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이은일 작가가 그동안 쌓아온 예술적 경험과 철학이 담긴 작품들을 공개했다. 이은일은 프랑스 명품 벽지 브랜드 엘리티스 Élitis, 벨기에의 오멕스코 Omexco 같은 고급 브랜드와 협업하며 유럽 패브릭 시장에서 큰 인정을 받았다. 이번 현우디자인과 함께하는 전시를 위해 서울을 찾은 이은일 작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서정적인 분위기의 ‘존재’와 ‘속삭임’

이번 전시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주세요. 전시 주제는 ‘숲’입니다. 숲이라는 것은 제가 지난 20년간 걸어온 여정을 상징하는 메타포로서 생명과 역사, 다양한 스토리가 담긴 하나의 세계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이 작품들은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요? 커튼, 베개, 심지어 목걸이 같은 형태로도 활용될 수 있어요. 제가 사용한 재료는 필리핀에서 나는 아바카(바나나와 같은 식물군에 속하는 천연섬유)와 실크입니다. 한국의 모시나 삼베와 비슷한 질감을 표현하고 싶었죠. 소재 자체가 매우 다재 다능해서 사용자의 창의성에 따라 다양하게 응용될 수 있습니다.

개나리꽃을 연상시키는 듯한 작품도 있어요. 전시장 입구에 있는 봄꽃(개나리)은 실제 개나리를 떠올리며 작업한 것입니다. 종이를 염색해 꽃처럼 매듭을 지었고, 아바카와 실크를 섞어 섬세하게 짠 후, 핸드 페인팅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저는 재료와의 대화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재료가 가진 특성을 최대한 살려 작품에 적용하려고 해요. 어떤 디자인을 만들어내기보다는, 재료가 가진 개성과 이야기를 그대로 끌어내는 것이 제 작업 방식입니다. 이를 통해 자연과 동양적 요소, 그리고 서양의 현대적 감각을 조화롭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작업의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주로 일상 속에서 작업의 영감을 얻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떠오르는 생각이나, 평범한 순간 속에서 문득 발견하는 장면이 작업의 출발점이 됩니다. 저는 자연을 아주 좋아하고, 한국의 자연과 문화에서 많은 영감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적인 서정성과 자연스러움을 좋아하는데, 이는 제 작품에서 차분한 색감과 자연의 흐름을 표현하는 데에도 반영됩니다. 재료가 가진 이야기와 특성을 자연 속에서 발견하고 이를 작품에 녹여내는 것이 저의 창작 과정입니다.

패브릭이라는 재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패브릭은 그 자체로 따뜻하고 유연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특성은 작업에 따뜻함을 불어넣고, 그 자체로도 매우 유연한 표현이 가능하게 만듭니다. 패브릭은 매우 유동적이고, 그 자체로 완성된 형태를 만들 수 있는 재료입니다. 재료를 꼬고, 자르고, 꿰매는 과정에서 형태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회화나 조각과는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디자인과 예술, 두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사실 저는 예술가라기보다는 디자이너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디자인은 생산과 판매를 목표로 하지만, 예술은 그 자체로 독립된 가치가 있잖아요. 저는 작품을 상품화해서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요. 제 생각을 반영한 디자인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팔고, 그들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작 ‘숲’

INSTAGRAM @hyunwoodesign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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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아트 열풍

아시아의 아트 열풍

아시아의 아트 열풍

팬데믹 이후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이 홍콩에서 서울과 도쿄로 이동 중이다.

새로운 예술 허브로 부상하고 있는 두 도시의 행보를 주목할 것.

데이비드 즈위너 갤러리에서 선보인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 © 프리즈

홍콩이 아시아 미술시장의 전반을 장악하던 시기가 지나고, 팬데믹 이후 새로운 열풍이 불어오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은 단연 극동 아시아의 서울과 도쿄다. 먼저 도쿄에서는 지난 7월 2회째를 맞은 ‘겐다이 아트 페어’에 맞춰 도쿄 시내 신설 대형 복합쇼핑몰 겸 레지던시, 아자부다이 힐스에 페이스 갤러리 도쿄 지점이 문을 열었다. 같은 시기에 모리미술관에서는 일본의 전통 민예를 흑인의 인권운동과 연결시킨 미국의 개념예술가, 티에스터 게이츠의 대규모 회고전이 열리며 열기를 더했고, 모리미술관을 포함한 주요 미술관에서 아트 페어 VIP에게 지정일 무료 입장 혜택을 제공하기도 했다. 오는 10월 말에는 교토에서 해외 갤러리와 일본 갤러리가 짝을 지어 하나의 부스를 구성하는 독특한 개념의 ‘아트 컬래버레이션 도쿄’ 페어를 열 계획이고, 11월 첫 주에는 도쿄 전역에 흩어져 있는 여러 갤러리, 미술관, 아트센터를 한 번에 방문할 수 있도록 전용 버스와 맵을 제공하는 ‘아트 위크 도쿄’가 열릴 것이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프리즈 서울. © 프리즈

한편 서울에서는 2022년부터 키아프와 프리즈가 동시에 개최를 시작하며 비약적인 변화가 이루어졌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서울아트위크’ 기간에는 해외 미술관 큐레이터, 갤러리 관계자, 컬렉터, 기자, 그리고 관광객까지 더해져 이곳이 한국인가 싶을 정도로 외국인이 함께하는 파티 문화가 곳곳에서 열렸다. 리움미술관과 갤러리, 라이프스타일 숍이 즐비한 한남동, 국립현대미술관과 갤러리 밀집 지역인 삼청동, 갤러리와 옥션 그리고 명품 플래그십의 아트 프로젝트가 풍성한 청담동, 그리고 올해는 을지로까지 더해 매일 저녁 늦게까지 전시장 문을 열고 방문객을 맞이하며 지역별 ‘나잇 파티’를 개최한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광주 비엔날레, 부산 비엔날레까지 시기를 9월 초로 맞추었고, 주요 미술관에서도 기획전으로 열기를 더했다. 8월 17일 아트선재센터 서도호 개인전을 시작으로(11월 3일까지), 리움미술관에서는 아니카 이(9월 5일~12월 29일), 용인 호암미술관에서는 니콜라스 파티(8월 31일~2025년 1월 19일),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는 엘름그린&드라그셋(9월 3일~2025년 2월 23일) 등이 개관하여 연말까지 풍성한 전시회가 계속된다.

모리미술관 티에스터 게이츠 전시 전경. © Ian Art Consulting

키아프에 참가한 디갤러리 전시관 전경. © 키아프

아트 열풍은 오는 10월 런던과 파리로 이어질 것이다. ‘프리즈 런던’(10월 9~13일)에 이어 바로 다음주에 ‘아트 바젤 파리’(10월 18~20일)로 이어질 것이다. 2025년에는 이와 같은 모양새가 아시아에서도 펼쳐질 듯하다. 9월 첫 주에 ‘키아프&프리즈 아트 페어’가 열리고, 그 다음 주에는 7월에서 9월로 시즌을 옮긴 ‘도쿄 겐다이 아트 페어’가 열리기 때문이다. 멀리서 온 관계자들이 서울에 온 김에 도쿄에도 가고,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게 될지 혹은 두 도시가 경쟁하게 될지 귀추를 모은다. 최근의 아트 페어는 각 도시마다 고유의 매력으로 차별화 중이다. 관람객 수나 매출로 우열을 가리는 것이 촌스럽게 여겨지고도 있다. 그러나 큰 자본을 투자해야 하는 갤러리와 바쁜 시간을 쪼개야 하는 컬렉터 입장에서는 두 도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지도 모른다. 유럽 분위기는 브렉시트 때문인지 지난해 런던보다는 파리가 흥미로웠다는 평이 우세하다. 그 여세를 몰아 올해 아트 바젤은 ‘파리 플러스’라는 가면을 떼어내고, 아트 바젤 파리를 드러내며 적극적인 공세를 펼칠 모양이다. 런던과 파리, 도쿄와 서울의 경쟁 구도만큼이나, 세계 양대 아트 페어인 프리즈 VS 바젤의 힘겨루기도 만만치 않다.

겐다이 아트 페어의 전시 전경. © Ian Art Consulting

그렇다면 서울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메이지 유신으로 우리보다 100년 먼저 문호를 개방한 국제도시 도쿄는 홍콩만큼이나 강력하다. 어쩌면 한국의 매력은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들의 환대 문화에 있는 것이 아닐까? 파티가 지나치다는 평에도 불구하고 매년 또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 손님이 오면 상다리가 휘어지게 대접하는 한국의 ‘정’ 문화가 여전히 우리의 DNA에 남아 있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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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김영애(이안아트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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