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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삶을 위해 체력을 단련할 수 있는 장소는 더 이상 헬스장으로 제한되지 않는다. 거실, 서재, 드레스룸 등 집 안 곳곳이 홈트를 위한 공간으로 변화하는 추세다. 국내외 12명의 인테리어 전문가가 미적 감각을 더해 완성한 개성 있는 홈 짐을 살펴보자.
반전 매력의 거실
영국 런던 기반의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 줄리엣 바이른 Juliette Byrne은 런던의 가장 부유한 지역 중 하나인 벨그라비아에 위치한 타운하우스에 아름다움을 겸비한 실내 헬스장을 연출했다. 기존 응접실로 사용되던 곳을 헬스와 업무를 겸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으로 개조한 것. 얇은 황동 장식과 오래된 목재로 테두리를 두른 슬라이딩 도어를 중심으로 오른쪽은 책상과 적절한 수납을 추가한 사무실로, 왼쪽은 자신만의 명확한 운동 루틴을 고수할 수 있는 홈 짐으로 꾸렸다. 많은 부피를 차지하지 않되 기본적인 근력운동을 도와주는 오푸스 Opus 월풀 업 바 시스템과 황동으로 칠한 짐 마린 Gym Marine의 웨이트 랙을 설치했다. 사실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펀치백이다. 가정집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펀치백을 달기 위한 과정은 꽤나 까다로웠다고. 먼저 동선이 겹치지 않는 적합한 위치를 찾아 천장에 트랙을 만들었고 어두운 청동 체인으로 펀치백을 매달았다. 그리고 휴식을 위한 안락한 소파와 독특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펜던트 조명을 달아 심미적 아름다움과 편안함을 동시에 만족시켰다. 그 결과 숨기고 싶은 헬스장이 아닌 자랑하고 싶은 나만의 헬스장을 완성할 수 있었다.
WEB www.juliettebyrne.com
업무와 운동을 동시에
독일 스포츠 모듈 가구 브랜드 하임홀즈 Heimholz는 집과 사무실 같은 정적인 공간을 동적인 에너지로 가득 채울 수 있는 스포츠 가구를 선보인다. 운동기구 특유의 경직된 디자인에서 벗어나 미적 부분도 채울 수 있는 가구를 구상했고, 사무와 수납 등 다목적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모듈 가구를 제공한다. 오전에는 데스크 보드를 올려두어 개인 사무실로 사용하고, 저녁에는 경사 보드, 패럴렛, 체조링 등 필요한 운동 도구를 매달아 홈 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 것. 아령이나 바벨 등 무거운 도구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퇴근 후에 따로 체육관으로 이동하지 않고도 그 자리에서 운동을 할 수 있어 시간 관리에도 효율적이다. 공간의 크기와 구조에 따른 제약 없이 맞춤으로 설치할 수 있으며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자작나무, 떡갈나무, 호두나무 등 다양한 마감재를 선택할 수 있다. 또 필요한 경우 수납장이나, 선반 등의 모듈을 추가할 수 있어 집 안 어디에 설치해도 이질감 없이 잘 어울린다.
INSTAGRAM @heimholz
WEB heimholz.shop
몰입감을 더한 포인트 벽
흰색 페인트만이 유일한 답은 아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주요 도시 롤리에서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 서니서클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에린 윌러 Erin Wheeler는 깊이감이 느껴지는 유색의 페인트를 시도해볼 것을 제안했다. 유색 벽은 때로는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며 친밀감을 높이고 보다 손쉽게 완성도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기 때문. 그녀는 패로&볼의 헤이그 블루 컬러를 벽면에 칠했고 여기에 몰딩을 더해 심심함을 덜어냈다. 또 전신 거울 두 개를 양쪽에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설치했으며 벽면 중앙에 추상화를 걸어 시각적 아름다움까지 챙겼다. 또한 운동기구를 선택함에 있어서도 신중을 기했다. 어두운 벽면 컬러와 비슷한 색감의 운동 매트를 깔고 기존 바닥재와도 자연스레 어우러질 수 있도록 원목이 결합된 운동 기기와 벤치, 심플한 디자인의 조명 등을 선택해 전반적인 인테리어를 해치지 않도록 고려했다. 이 홈 짐은 영민한 색감 선택과 통일감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WEB www.sunnycirclestudio.com
숲속에서 운동하듯 편안한 내추럴 무드
국내 디자인 스튜디오 소호디자인은 홈 짐에 자연을 끌어들였다. 높은 층고와 함께 시원하게 펼쳐지는 창을 통해 사계절의 풍광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한 것. 홈 짐을 꾸밀 때 고려해야 하는 점 중 하나가 바로 환기다. 넉넉한 크기의 창은 자연광과 자연 바람을 온전하게 받아들이며 사계절 내내 쾌적한 운동 환경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 그리고 바로 맞은편에 창과 비슷한 크기의 거울을 뒀다. 이로써 창문을 열면 홈 짐 안으로 커다란 자연이 양쪽에서 들어오게 된다. 창문을 열고 거울을 보며 운동하면 마치 드넓은 자연 속에서 운동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한쪽 벽을 과감하게 거울로 채웠을 때 얻을 수 있는 장점이다. 더불어 우드 톤의 템바보드 벽과 바닥이 자연적이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해주어 특히 요가나 명상을 위한 운동 공간으로 사용할 때 더욱 빛을 발한다.
WEB sohodesign.kr
수납과 거울 활용
바쁜 일상에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기기 위한 유산소운동은 필수다. 영상을 통해 집에서도 쉽게 따라 해볼 수 있는 홈 필라테스, 홈 요가가 인기를 끌면서 요가 매트 하나라도 깔 수 있는 나만의 작은 운동 공간을 꿈꾸는 이들이 많아졌다. 인플루언서 김시내 씨는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 다임 에이앤아이에 의뢰해 발레와 요가를 겸하는 가족 운동방을 만들었다. 특히 벽면 한쪽을 가득 채운 거울 덕분에 작은 공간에서 쉽게 느낄 수 있는 답답함을 덜어낼 수 있었다. 일종의 착시효과를 준 셈. 보통 홈 짐은 집 안의 자투리 공간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쉽게 따라 해볼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다. 또 다른 벽면에는 키큰 장과 서랍을 넣어 넉넉한 수납공간을 확보했다. 각종 스포츠 웨어와 소품을 보관하는 것은 물론 드레스룸이 부족한 이들에게는 여유 공간으로도 활용될 수 있겠다.
WEB digmani.co.kr
병풍을 들여다보면 우리의 모습이 보인다. 간직하고 싶을 만큼 멋진 풍경, 장수를 기원하는 마음, 드러내고 싶은 상징 등.
이 모든 마음이 가치 있듯 하나하나가 매력적인 무궁무진한 병풍의 세계로.
아무 의미나 목적 없이 서 있는 대상을 보고 ‘병풍 같다’고 표현한다. 뒤에서 누군가를 받쳐주는 역할을 말하는 등 대개 부정적인 뜻으로 사용되는 병풍은 우리 의식 속에서도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는지도 모르겠다.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은 그런 병풍을 주인공으로 전시를 열었다. 이번이 두 번째다. 15개 기관과 개인을 찾아가 모셔온 병풍과 소장품을 포함해 총 50여 점을 선보인다.
조선시대부터 근대기에 이르는 우리 병풍의 정수가 담긴 전시 <조선, 병풍의 나라2>다. 병풍은 특히 우리나라에서 크게 발달했다. 전통적인 장식미술은 건축양식에서 영향을 받았다. 석조 건물이 발달한 서양은 벽에 그림을 그린 벽화가, 벽돌로 건물을 만드는 중국은 종이를 벽에 붙이는 부벽화가, 목조 건축이 많은 일본은 문이나 칸막이에 그림을 그린 장병화가 발달한 식이다. 한옥은 온돌방과 마루가 나뉘어 있어 그림을 벽에 걸기가 적절하지 않다. 그래서 발달한 것이 병풍이다. 병풍은 필요에 따라 접었다 펼칠 수 있어 보관과 이동이 편리하고, 공간을 장식하면서 칸막이로도 사용할 수 있어 가구의 기능도 겸한다. 잔치와 제사 등 관혼상제에도 늘 병풍이 함께했다. 왕실에서도 사용했다. 때문에 조선시대에는 아주 다양한 병풍이 제작되었다.
이번 전시는 병풍의 ‘형식 Format’에 주목했다. 지금까진 주로 병풍에 담긴 그림이나 역사적 내용에 집중했다면, 병풍이란 장르의 서사와 만듦새, 디테일 등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고미술을 재미없고 따분하게 생각했다면, 그 다채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전시는 사용 및 제작 주체에 따라 민간 병풍과 궁중 병풍으로 주제를 나눠 그 특징을 비교하면서 감상할 수 있게 의도했다. 민간 병풍은 일상생활에 녹아 있는 유머와 자유분방한 해학이 깃들어 있다. 제작 과정에 뚜렷한 규칙이나 법칙이 없기 때문에 개성 넘치는 미감과 스토리를 엿볼 수 있다. 전시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미술관 도입부에 민간 병풍을 설치한 이유도 그것이다. 궁중 병풍을 통해서는 조선 왕실의 권위와 품격 그리고 궁중 회화의 장엄하고 섬세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왕실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엄격한 법칙에 의거해 도화서 화원만이 병풍을 제작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크기는 컸어도 정형화된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보통 우리나라 병풍은 짝수로 이뤄져 있다. 8폭, 10폭이 가장 많다. 그림은 낱폭으로 구성되기도 하지만 전체를 연결해 하나의 화폭으로 삼는 일지 병풍이 있다. 그리고 병풍이 접히는 부분을 돌쩌귀라고 부른다. 돌쩌귀는 접혀 들어가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는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병풍을 활짝 펼쳐서 모든 낱폭이 하나의 그림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때, 그 길이가 4~5m다. 캔버스 크기로는 500호가 넘어간다. 이런 대형 작품을 몇 번만 착착 접으면 크기가 10분의 1가량으로 줄어든다는 사실이 직접 눈으로 보면 더 신기하고 놀라울 따름이다.
<조선, 병풍의 나라2>는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기획한 첫 번째 전시이기도 하다. 전시 과정에서 발생하는 많은 양의 폐기물과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목재 가벽을 설치하지 않았고, 재활용할 수 있는 철제 구조물과 조립식 금속 프레임을 사용해 전시를 연출했다. 일반적인 목제 쇼케이스를 사용하지 않았으면서도, 실제 병풍과 쇼케이스 유리 사이의 거리를 좁혀 더욱 디테일한 미감을 살펴볼 수 있도록 감상자를 배려했다. 현대미술이 미술 시장에서 주류를 이루는 지금, 한국의 전통 미술이 어떤 의의를 찾을 수 있을까 했던 의문 섞인 나의 질문은 기우였다. 병풍을 통해 바라본 고미술은 현대적인 관점으로도 충분히 트렌디했고, 섬세한 붓 터치나 꼼꼼한 마감은 현대미술 못지않았다. 이미 전시회를 다녀간 BTS 리더 RM이 최근 스페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K-수식은 프리미엄 라벨이다. 우리 조상이 쟁취한 품질보증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시라. 전시는 4월 30일까지.
어시스턴트 에디터
강성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