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 타다오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 다섯 가지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건축 거장 안도 타다오. 원주 ‘뮤지엄 산’에 안도가 설계한 명상관 ‘빛의 공간’과 그의 인생 전반의 작품이 담긴 ‘안도 타다오 展-청춘’ 전시가 오픈했습니다. 그간 건축물로만 그의 존재를 짐작했다면 지금이야말로 안도 타다오에 대해 제대로 알아볼 때. 지난 15일 ‘가능성은 스스로 만든다’를 주제로 개최된 강연에서 최근 전시와 공간, 그리고 인생에 대해 그는 이야기했습니다.
‘가능성은 스스로 만든다’ 강연장에서의 안도 타다오 ©️뮤지엄산
안도 타다오의 어린 시절
안도 타다오와 반려견 르 코르뷔지에
안도 타다오는 1941년 9월 13일 일본 오사카에서 쌍둥이 남동생 키타야마 타다오와 함께 태어났습니다. 당시 일본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였기에 안도는 가족과 떨어져 할머니와 지냈는데요. 전형적인 목조 주택이었던 집은 내부에 빛이 거의 들지 않았고 바람에 쉽게 날아갈 정도로 벽이 얇았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안도는 이 환경이 어린 시절 더없이 좋은 놀이터였다고 전합니다. 12살이 된 안도는 목수가 집을 말끔하게 고친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그리고 목수나 건축가가 되겠다고 결심하게 됐죠. 안도는 “‘건축이란 것이 참 재미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합니다.
꿈을 만들어 준 르 코르뷔지에
꽤 알려진 사실이지만, 안도 타다오는 건축을 전공하지 않았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복싱을 했지만 금방 선수 생활을 정리했죠. 고등학교 졸업 직후 그는 헌책방에서 어렵사리 구한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의 작품집으로 건축에 입문했습니다. 종이가 닳도록 르 코르뷔지에의 설계도면을 탐독하고 따라 그리며 독학했습니다. 안도는 “학력이 낮아도 건축을 공부하지 않았어도 희망이 있는 인생을 보내고 싶었다”고 이야기합니다.
르 코르뷔지에
이 때의 경험이 초석이 되어 안도는 어려운 상황에 부딪칠 때마다 ‘르 코르뷔지에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자문했습니다. 르 코르뷔지에에 대한 팬심은 반려견에게도 이어져요. 반려견 이름을 ‘르 코르뷔지에’로 지었거든요. 의뢰인을 만나면 르 코르뷔지에가 짖는 경우가 있는데, 안도 타다오는 농담처럼 “아마 ‘르 코르뷔지에’가 건축주님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네요”라고 말하며 설계를 거절했다고 해요.
안도 타다오 ©️뮤지엄산
1960년대에는 서양 건축을 보기 위해 유럽과 미국으로 건축 순례를 떠났죠. 유럽의 고전 건축을 직접 경험하며 안도는 프랑스 건축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됩니다. 마르세유에 있는 르 코르뷔지에의 대규모 공동주택 유니테 다비타시옹(Unité d’habitation), 롱샹성당(Ronchamp)은 그에게 신세계 그 자체였습니다. “르 코르뷔지에가 지은 롱샹성당은 건물 안으로 빛이 굉장히 많이 들어오는 구조로 설계됐습니다. 그 빛을 보고 ‘희망이 있는 건축’이었다고 생각했어요.” 콘크리트 건물의 미니멀리즘과 역동성, 그리고 빛의 유희가 안도에게 또 다른 영감을 줬습니다. 그리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노출 콘크리트 공법을 발전시켜 나가게 되죠.
르 코르뷔지에 ‘유니테 다비타시옹'(1945)
프랑스 롱샹의 롱샹성당(1954)
한계를 향한 도전
일본으로 돌아온 안도 타다오는 시험을 치르고 건축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1969년에 자신의 회사를 열었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목조 주택과 가구, 인테리어를 디자인했어요. 첫 번째 의뢰인은 오사카에서 30㎡(약 9평)짜리 구옥을 재건축하고 싶어하는, 아이가 있는 젊은 부부였는데요. 하지만 안도가 집을 완성한 뒤 부부는 쌍둥이를 낳았고, 그 작은 집은 더 이상 이 가족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안도 다다오의 회사는 자체 사무실이 없었기 때문에 의뢰인의 집을 사서 업무용으로 사용하게 됐습니다. 이후 몇 차례 건물을 개조하면서 안팎이 모두 ‘생 콘크리트’인 건축 디자인을 완성했습니다.
도미시마 주택(1973)
그 당시 대부분의 집이 목조였지만 안도가 만든 집은 상자 모양의 미니멀한 콘크리트 건물이었습니다. 1974년 초 설계한 데뷔작 ‘스미요시 나가야’ 가정집은 현재까지도 그의 트레이드 마크로 손꼽히는데요. 노출 콘크리트와 직사각형의 단순한 외관으로 구성된 생활 공간이었죠. 아시아권에서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당시 건축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안도는 이 설계로 1979년 일본 건축 학회상을 받으며 전국적인 유명인사가 되었습니다.
스미요시 주택(1975) ©️뮤지엄산
영감이 된 ‘빛’
빛의 공간 ©️뮤지엄산
그에게 빛은 콘크리트로 이뤄진 기하학적인 형태 속에서 사람들에게 감각을 일깨워주는 요소입니다. 그의 건축 세계에서 핵심적인 요소이기도 하죠. 십자형 창문이 특징적인 ‘빛의 교회(1989)’를 비롯해 나오시마 섬의 ‘지추미술관(2004)’, 프랑스 파리의 옛 곡물거래소를 미술관으로 개조한 ‘부르스 드 코메르스(2021)’까지, 빛과 자연을 아우르는 그의 건축물들은 세계적인 명작으로 꼽힙니다.
지추미술관(2004) ©️뮤지엄산
부르스 드 코메르스(2021) ©️뮤지엄산
그럼에도 아직 청춘
©️뮤지엄산
“살아있는 동안 모두가 청춘이다.” 전세계 순회 강연을 하며 여든 하나의 나이에도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안도 타다오. 그는 최근 다섯 개의 장기를 적출해야 했던 암을 딛고서도 계속해서 건축을 하고 싶다고 전합니다. 강연에서 그는 “지금이 바로 청춘”이라며 “있는 힘껏 자신의 가능성을 만들라”고 말했습니다.
인생은 실패하면 다시 일으켜 세우면 됩니다. 저는 대학 교육도, 전문 교육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처음부터 쓰러져 있는 상태였습니다.
빛의 공간 ©️뮤지엄산
빛의 공간 ©️뮤지엄산
숱한 난관을 뚫고 건축가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영예인 프리츠커 건축상과 미국 건축가 협회 금메달을 수상한 안도 타다오. 그의 작품은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죠.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은 ‘뮤지엄 산’은 매년 약 20만 명이 찾는 명소가 됐습니다. ‘뮤지엄 산’의 두 번째 명상 공간인 ‘빛의 공간’에 대해서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빛을 보면 마음에 와 닿는 특별한 느낌이 있어요. 사람들은 자연과 직접 조우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빛의 공간과 안도 타다오 ©️뮤지엄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