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 덕후’였던 그레타 거윅(Greta Gerwig) 감독은 처음 세트장에 들어섰을 때 눈물을 흘렸다.
그레타 거윅 감독의 신작 영화 <바비>가 마침내 개봉됐습니다. 영화는 오프닝부터 온통 핑크빛으로 관객들의 혼을 쏙 빼놓았는데요. 화려한 볼거리로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는 <바비>. 영화의 배경이 된 핑크 세트장을 둘러볼까요?
ⓒArchitectural Digest
바비 랜드 세트 제작에 참여한 미술 감독은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미술상에 빛나는 사라 그린우드(Sarah Greenwood)입니다. <안나 카레리나>, <오만과 편견>, <뷰티 앤 더 비스트> 등 당대의 삶을 섬세하게 구현한 시대극 세트로 유명하죠. 사라 그린우드는 <바비> 제작 초반부터 공간에 따라 어울리는 세트 무드를 연출하기 위해 핑크 컬러 선정에 특히 공을 들였습니다.
“바비랜드는 핑크색의 모든 스펙트럼을 담아야 했어요. 형광 핑크, 파스텔 핑크 등 모든 핑크톤이 함께 어우러지게 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 그레타 거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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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같은 핑크는 없다고 하죠. 연핑크, 진한 마젠타 핑크, 파스텔 핑크 등 무수히 많은 핑크 컬러가 바비의 집을 완성하는 데 쓰였습니다. 공간의 햇빛이 반사되는 면과 음영이 지는 부분까지 미묘하게 다른 핑크색이 적용됐어요. 관객들이 공간감의 차이와 핑크의 비비드한 활기를 자연스레 느끼게 하기 위해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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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타 거윅 감독은 진짜처럼 촉감이 느껴지는 세트를 만들기 위해 컴퓨터 그래픽(CG) 대신 손으로 직접 그려내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바비가 사는 집뿐 아니라 마을과 산, 심지어는 석양도 핑크 페인트로 생생하게 연출했습니다. 바비 하우스에 어마어마한 물량의 핑크 페인트가 동원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죠. 미국과 유럽 전역의 영화 스튜디오 사이에선 부족해진 핑크색을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도 벌어졌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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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 랜드는 장난감 같은 느낌을 살리기 위해 세트의 비율을 평균 23% 줄여 재현했습니다. 이 작업으로 인해 배우들은 커 보이지만 전반적으로 공간이 작아 보이는 효과를 연출했어요. 바비 랜드의 환상적이고 독특한 매력을 풍성하게 살려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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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바비들의 집은 건축가 리차드 노이트라의 대표작 카우프만 저택을 비롯해 팜스프링스의 20세기 중기 모더니즘 건축물에서 영향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주방은 에로 사리넨이 디자인한 튤립 체어와 테이블이 핑크색으로 꾸며져 모던 디자인의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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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 하우스에는 침실과 수영장을 잇는 특별한 미끄럼틀이 달려있는데요. 이는 마고 로비가 그레타 거윅 감독에게 직접 제안한 것이라고 해요. “아침에 일어나서 수영장으로 내려갈 수 있는 워터 슬라이드가 달린 집을 원했어요”라고 마고 로비가 전했죠. 장난감 같은 비주얼과 달리 견고하게 만들어진 워터 슬라이드는 보는 재미뿐 아니라 실제 사용하기에도 완벽한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만화에서나 가능할 것 같던 장난감 나라는 다채로운 상상이 보태져 현실 세계와 맞닿는 느낌을 연출했습니다. 비주얼만으로도 충분한 볼거리를 선사하는 <바비>, 올여름 이 영화를 기대해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