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쉬 카푸어가 7년만에 한국을 찾았습니다.
한층 심화된 주제와 확장된 작품 세계를 안고 돌아온, 국제갤러리에서의 네 번째 전시를 톺아봅니다.
국제갤러리가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의 개인전을 선보입니다. 이번 전시는 국제갤러리에서의 네 번째 개인전으로 조각, 페인팅, 드로잉을 망라하는 작가의 다채로운 작업을 폭넓게 소개합니다. ‘21세기 가장 선구적인 작가’ 중 하나로 평가받는 아니쉬 카푸어는 작년 베니스에서 대규모 전시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다시 한번 증명한 바 있는데요. 카푸어가 근래 집중해오고 있는 회화를 그의 대표적인 검정 작품들과 병치해 시각예술의 물리적, 개념적 한계를 꾸준히 시험하는 세계관을 강조했습니다.
카푸어는 전통 회화의 작동 방식에 대한 고찰을 작품에 담습니다. 자신의 작품을 두고 “회화란 무언가를 가시화하는 방식의 역사인 반면, 나는 그와 정반대의 일, 즉 무언가를 어떻게 사라지게 만들 수 있을 것인가에 천착했다.”라고 말했죠. 이번 개인전에서도 작가는 회화와 조각에 대한 이 같은 접근법으로 전시를 꾸렸습니다. 자신의 작업 전반에 걸쳐 강조되는 ‘신체’를 피력하는데요. 생(生)의 격렬함, 즉 아니쉬 카푸어의 핵심 자원인 생의 숭고미를 일관되게 읊조립니다.
K3에는 네 점의 거대한 조각이 설치됩니다. 이 무거운 덩어리들은 해부학적 내장을 닮았습니다. 특히 〈그림자(Shadow)〉와 〈섭취(Ingest)〉 두 점은 제목을 통해 작업의 맥락과 영감의 원천을 넌지시 가리키기도 하죠. 한편 K2에서는 전시 전반에 펼쳐지는 작가의 문법을 한데 농축해 놓은 회화 작품들이 소개됩니다. K1 안쪽 전시장에 놓인 검정 작품들은 관람자의 시각을 어지럽히며 그 내부의 공간으로 끌어당깁니다. 검정은 빛 뿐만 아니라 모든 소리마저 흡수시키는데, 각 오브제의 표면에 안착시켜 일체화됩니다. 카푸어의 검정 작품 연작은 차분하지만, 형태의 흡수력은 회화의 빨강 이미지들 못지 않게 잔혹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현존과 부재를 동시에 구현하는 것이 카푸어 작업의 핵심 주제입니다. 자신이 다루는 물질의 한계에 도전함으로써 카푸어는 그 물질의 창출 및 파괴를 동시에 표현하고, 나아가 관람자의 신체적 감각을 시험해 자극적이고도 시적인 ‘사이(in-between)의’ 상태를 포착해냅니다. 전시는 8월 30일부터 10월 22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