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벽, 내벽, 바닥, 계단에 이르기까지 인테리어 마감재로 사용하는 유리의 활약은 눈부시다. 그렇다면 유리는 다 같은 유리일까?
요 몇달 에디터는 유난히도 많은 유리를 봤다. 외벽을 온통 유리로 마감한 건축가의 집, 현관과 발코니 코너 바닥을 유리로 마감한 아파트, 집의 한 면을 유리 블록과 전면 창으로 채운 주택, 다양한 패턴이 새겨진 샤워 부스와 파티션까지. 가구나 테이블웨어, 샹들리에처럼 소소한 요소를 굳이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유리가 정말 다재다능한 재료인 것만은 분명하다. 원료를 넣고 용융, 성형, 냉각의 과정을 거쳐 완성하는 유리는 처음에는 다 같은 유리이다. 하지만 이 맑고 순수한 유리에 하나 둘씩 가공이 더해지면서 용도별로 기능적인 유리가 완성된다. 이때부터 유리는 다 같은 유리가 아니다.
주거 공간의 이곳저곳을 유리로 마감할 때 거주자가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자 정답은 단연 ‘단열’ 이다. 특히 외부와 직접 닿는 유리의 경우, 기밀성 때문에 비싼 창호를 설치하고도 유리를 소홀히 한 나머지 단열이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또 단열이 안 되면 2차적으로 실내ㆍ 외의 온도 차이로 생기는 자연 결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래서 보통 단열을 위해서는 유리와 유리 사이에 건조 공기 층이 들어 있는 복층 유리를 사용한다(우리나라는 주택법상 5층 이상의 높이에 외벽을 유리로 설치할 경우 무조건 복층 유리를 사용해야 한다). 복층 유리 사이에는 보통 6mm 정도의 공기 층이 있어 유리를 합한 총 두께가 16mm이지만 그 두께를 22m 정도까지 늘릴 수도 있다. 물론 건조 공기 층이 두꺼워질수록 유리의 단열 효과 또한 월등히 높아진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가 창호를 설치하는 경우에는 창호 업체에서 자체적으로 유리를 선택해 시공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선택의 기회를 잃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만큼 유리의 공기 층 두께 정도는 강하게 어필해야 아늑한 생활을 보장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할 것.
단열, 안전성, 결로 현상 방지 등은 주거용 유리에서 꼭 강조해야 할 사항이며, 이 밖에도 유리는 반사, 투시, 자외선 차단, 소음 차단, 문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공이 가능하다. 유리는 용도에 따라 가공 방법이 각각 달라지는데, 예를 들어 바닥을 유리로 할 경우에는 일반 유리보다 4~ 5배씩 강도를 높여야 한다. 높은 강도에도 불구하고 깨질 위험에 대비해 접합 유리 등을 보강하는 것도 좋다. 또 아파트의 낮은 층에 위치한 경우에는 방법을 염두에 두고 창을 안전 접합 유리로 하거나 시선 차단이 필요한 곳에는 색유리를 사용하고 강풍이 많이 부는 곳에 위치한 주택의 경우 강도를 높인 접합 유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유리는 습기에 부식되거나 가공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수명이 단축될 수 있고, 가공을 잘해도 시공이 부실하면 수명이 짧아진다. 하지만 거의 반영구적이다. 유리는 가공하면 할수록 비용에 대한 부담이 커지지만 재설치가 어렵고, 건물의 수명과 함께 한다. 점을 고려해 결코 소홀히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알면 알수록 기특한 기능으로 똘똘 뭉친 유리는 아무나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장소와 용도에 맞는 기능을 체크해 똑똑하게 요구하는 현명한 소비자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