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과 친환경은 트렌드를 넘어 디자인의 필수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발맞춰 자원의 낭비를 줄이자는 취지로 재활용이 화두 되면서 버려지는 물건을 새로운 상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이 주목받고 있다. 폐의류를 햄버거, 피자 등과 같은 패스트푸드와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재탄생시켜 MZ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김은하 작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INSTAGRAM @kimmmunna
김은하
안녕하세요.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유행이 지나 버려지게 되거나 쓸모를 잃어버린 의류와 같이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상들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김은하입니다. 또 재료가 가진 고유의 색감, 무늬, 질감과 재질에 집중해 이를 즉흥적으로 해체하고, 붙이거나 봉제해 회화적 표현을 더하고 있어요.
어떻게 하다가 버려진 옷들로 작품을 만들게 되었나요?
처음에는 단지 옷에 대한 애정으로 접근하게 되었어요. 그 당시 학부생이기도 했고, 한참 어떤 작업을 해야 할지 고민이 많은 때였는데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작업을 시작해 보라는 교수님의 조언이 크게 다가왔죠. 패션디자인과였다면 아마 옷을 만들어보려고 했겠지만, 저는 서양화과였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작업을 시작했던 것 같아요.
작품의 재료는 어디서 구하시나요?
보통은 주변 지인들이 옷장 정리하는 시즌에 전달을 많이 해줘요. 버릴 거면 차라리 나에게 버려달라고 하죠. 또 지인의 지인들이 많이 주기도 하고, 협업한다고 하면 가지고 계시던 시즌오프 제품들을 전달해 주시기도 하세요. 인스타그램으로 연락해 주시는 분들도 계셔서 택배로도 감사히 받고 있어요!
주로 음식을 주제로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듣고 싶어요.
옷의 질감이나 색이 다양한 것처럼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어요. 식감 대신 시각적인 질감을 표현해 보고 싶었고, 먹지 못하는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것과 이질적인 것들이 서로 어우러지는 느낌이 저에겐 흥미롭게 느껴지더라고요.
작업 프로세스가 궁금해요!
재료를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경우도 있고, 아이디어에 따라 재료를 찾는 경우도 있어요. 햄버거 작품을 예로 들자면 옷들을 수집하고 보니 비교적 채도가 높은 원색의 옷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그래서 패스트 패션과 패스트푸드를 연결 지어 작업해 보면 어떨지 생각했고 대표적인 햄버거를 모티브로 작업을 하게 되었어요.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사실 작품을 만들 때의 어려움은 없지만 큰 작품을 만드는 경우에 이동이나 작품 포장을 할 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또 꼭 사용하고 싶은 재료를 구하지 못해 다른 재료로 대신하는 아쉬움이 크기도 하죠. 힘든 경우는 아니지만 재료를 고를 때 가끔 의문이 드는 프린팅이나 문구에 헛웃음을 짓기도 해요. 소소한 즐거움이에요.
인스타그램에서 아기자기한 버섯 오브제를 보고 소장욕구가 샘솟았어요. 작품 판매도 하시나요?
따로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진 않아서 저에게 직접 연락해 주시면 가지고 있는 작품에 한해 구매가 가능해요!
그동안 많은 브랜드와의 협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시에도 참여를 해오셨는데, 신작 소식도 있나요?
최근에는 ‘옷으로 하는 요리’ 컨셉으로 어린이들을 위한 작업 기회가 생겼어요. 제 작품들을 직접 쌓고 만져볼 수 있는 체험 형태의 작업인데요. 새로운 도전을 좋아하고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작업 형태라 기대하며 작업하고 있어요.
앞으로 만들고 싶은 작품이 있나요?
예전부터 제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감사한 기회로 제 케이크 작품을 모티브로 휴대용 파우치 겸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오브제를 제작하게 되었어요. 기념일이나 생일에 다 먹지 못하고 버려지는 케이크 대신 선물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시작했는데 아마 3월이면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작가님의 2024년 목표도 궁금해지네요. 앞으로의 목표가 있을까요?
지금까지는 주로 입체 작업을 많이 했는데, 형태를 제한하지 않고 작업 영역을 넓혀가고 싶어요. 또 하나는 건강하게 작업하기. 건강관리도 실력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이제는 2024년뿐만 아닌 인생의 전반적인 목표가 된 것 같아요. 여러분 모두 건강하세요!
사진 출처 @kimmmun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