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한 동네를 거닐다 보면 고소한 커피 향이 발길을 멈추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석에 이끌리듯 로스터리 카페에 들어서면 콜롬비아 수프리모, 이디오피아 예가체프, 케냐 AA 등 암호 같은 메뉴 때문에 당혹스럽다. 기죽지 않고 멋지게 로스터리 카페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예전에는 갓 볶은 원두를 사거나 스트레이트 커피를 즐기는 마니아들이 일부러 로스터리 카페를 찾아가야 했지만 요즘은 청담, 압구정을 비롯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면 으레 로스터리 카페가 있다. 최근 에디터가 취재한 카페 셋 중 하나는 로스터리 카페일 정도. 로스터리 카페는 직접 생두를 볶아 커피콩과 커피를 판매하는 곳을 말하는데, 원산지별 다양한 커피 고유의 맛과 향을 살리기 위해 주로 핸드드립 방식으로 커피를 추출한다. 이러한 이유로 로스터리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선 약간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그동안 커피는 무조건 ‘간편하고 빠르게!’란 일관된 컨셉으로 인스턴트 또는 에스프레소 커피를 추구해왔던 우리에겐 여간 생소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바로 이러한 느림의 미학이 로스터리 카페가 빛을 보게 된 원동력이 아닐까. 여유가 비주얼화된 공간이라고 할까? 여하튼, 로스터리 카페란 공간 자체가 색다른 콘텐츠가 됐다. 그것도 아주 매력적인. 그런데 문제는, 자신이 원하는 커피가 무엇인지 파악조차 안 된 우리가 입맛에 맞는 커피를 찾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스트레이트 커피는 무엇?
로스터리 카페에는 커피 원산지 한 군데의 그린빈을 볶아 만든 스트레이트 커피(Straight Coffee, 단종 커피)를 판매한다. 가령 이디오피아 예가체프나 콜롬비아 수프리모 등의 커피 메뉴는 스트레이트 커피에 속한다. 블렌드 커피(Blend Coffee)는 여러 산지의 커피를 섞은 커피를 말한다. 주로 에스프레소 응용 커피를 즐기다가 이제 막 원두피(Reguler Coffeee)에 흥미를 느끼게 도니 사람이라면 블렌드 커피보다는 스트레이트 커피부터 도전해보는 것이 좋다. 자신과 가장 잘 어울리는 커피를 찾아 맛과 향을 만끽한 후 블렌드 커피로 눈을 돌리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스트레이트 커피는 원산지, 그린빈의 특성과 질에 따라 분류를 한다. 예를 들어 ‘이디오피아 예가체프’,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하와이 코나’는 원산국 다음에 명품 커피가 자랄 수 있는 최적의 자연환경을 지닌 곳의 지역명을 따서 별도의 마케트 브랜드를 붙인 것이다. ‘콜롬비아 수프리모’나 ‘케냐 AA’ 는 원산국 다음에 빈의 크기가 큰 것에 각각 수프리모, AA라고붙인 것이다. 콜롬비아는 빈의 크기에 따라 수프리모(Suprimo), 엑셀소(Excelso)라 구분하고 케냐는 AA, A, B로 등급을 나눈다. 이외에도 빈의 단단함에 따라 HB(Hard Bean), SHB(Strictly Hard Bean)로 구분해 브랜드를 붙이는 곳도 있다. 커피의 종자는 크게 아라비카(Arabica)와 로부스타(Robusta)종으로 나눌 수 있다. 아라비카종은 재배 조건이 까다롭지만 원산지별 커피 고유의 맛과 향이 살아 있는 상품 가치가 높은 반면 로부스타종은 이름 자체가 강하다는 뜻인 만큼 병충해에 강하고 고온도 잘 견디며 비교적 높은 해발 800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아라비카종과 달리 600m이내 지역에서도 재배가 잘 된다. 로부스타종은 그냥 내버려도 잘 자라는 종자라 맛이 쓰고 향이 없어 상품가치가 적다 보니 대부분 인스턴트 커피 제조에 많이 사용된다.
내게 맞는 커피 찾기
그러니 커피는 와인처럼 품종에 따라 맛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원산지에 따라 맛과 향이 나뉜다고 보면 되겠다. 그래서 일부 스트레이트 커피 마니아들은 원산지별 커피의 맛과 향을 머리로 달달 외우거나 마일드, 스무스, 볼드, 디카페인 등으로 맛의 종류를 구분한 후 원산지별 커피를 대입시키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접근일 뿐! 왜냐하면 로스터리 카페의 근원적인 속성, ‘느리다’는 것 말고도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가 바로 로스터리 카페의 주인장, 커피 로스터 때문이다. 즉, 로스터들은 저마다 자신의 개성을 커피에 담기 위해 신선한 그린빈 찾기에 혈안을 올리고, 로스터기 앞에서 그린빈에 맞는 로스팅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볶기를 반복한다. 그래서 좋은 커피, 나에게 맞는 커피를 찾으려면 첫째, 그 커피의 원산지는 어디이며 둘째, 언제, 누가 볶았느냐를 따져야 한다. 어쩌면 누가 볶았는지가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볶는 과정에서 커피가 지닌 고유의 성격 자체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로스터가 일관성 있게 로스팅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따라서 로스터리 카페에서 스트레이트 커피를 주문할 때에는 주인장에게 오늘 가장 좋은 원두가 무엇인지 물어보거나 자신의 취향(신맛이 좋다거나 쓴맛이 좋다는 등)을 말한 후 추천 받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취향에 맞는 원산지 커피를 아는 수준이라면, 방문하는 곳마다 같은 커피를 주문해서 자신에게 맞는 로스터리 카페를 찾는 것이 좋다. 그리고 원두를 구입할 때는 반드시 로스팅한 지 얼마나 됐는지를 따져보고 향과 상태를 살핀다. 빈의 모양이 눈으로 보아 일정한 게 좋다. 향이 없거나 겉에 기름이 많은 빈은 피해야 한다. 또 되도록 갈지 않은 것을 구매해야 향을 오래도록 보존할 수 있다. 하지만 집에 그라인더가 없다면 즉석에서 갈아달라고 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