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한 향기와 달콤한 맛이 일품인 꽃차는 마시면 마실수록 기분이 상쾌해진다.
꽃잎 지듯 짧아서 아쉬운 봄을 찻잔 속에 담을 수 있는 꽃차 이야기.
바야흐로 봄이 오고 있다. 사람들은 봄이 왔음을 눈치채지 못하다가 길가에 핀꽃을 보고서야 비로소 달라진 계절을 깨닫고 자연의 경이에 새삼 놀라곤 한다. 어느덧 꽃은 가정의 식탁 위에서 입맛을 돋워주는 먹을거리로, 때로는 피로를 풀어주고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향기로운 꽃차로 변주되어 일상의 삶 속에 녹아들고 있다. 햇차가 선보이기 전에 꽃차 한잔으로 봄맞이 다회를 열면 어떨까.
우리는 보통 ‘차’ 하면 녹차, 황차, 백차, 청차, 홍차 등 차나무 잎으로 만든 것을 떠올린다. 우리 차에는 차나무 잎으로 만든 차 외에 사철 나는 꽃으로 만든 꽃차, 잎이나 열매를 꿀에 재우거나 달여서 만든 약차, 잎이나 열매를 말린 약차 등이 있다. 옛 선비들은 꽃을 단지 눈으로만 즐기지 않았다. 변하는 계절마다 피고 지는 꽃을 이용해 만든 꽃차를 곁에 두고 삶의 멋과 흥을 돋우었다. <규합총서>에서는 매화차, 포도차, 매실차, 국화차 등 차 종류 5가지를 기록하고 이 차를 만드는 방법과 보관하는 법도 함께 적어두었다.
중국 문헌에 남아 있는 화차 기록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꽃차를 만드는 방법과 상당 부분 다르다. 명나라 도룡 <고반여사>의 차전 화차 편에서는 꽃차 만드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해가 아직 돋기 전에 반쯤 핀 백련꽃을 열어 섬세한 차 한 주먹만큼을 집어 꽃수염 속에 잔뜩 채운 다음, 삼실로 동여매어 하룻밤을 새우고 다음 날 이른 아침 그 꽃을 꺼내 마른 종이에 싸서 불기운을 쐰다. 다시금 이와 같은 방법으로 말렸다가 거두어 사용하면 좋은 향기가 난다.’ 이렇듯 중국에서는 우리와 다르게 꽃향기를 차에 흡착시켜 꽃차를 만들었다. 중국의 화차는 이미 가공을 마친 찻잎에 꽃향을 입혀서 만드는 것으로 일종의 재가공차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우리가 재스민차로 부르는 말리화차(茉莉花茶)는 꽃과 차를 켜켜이 재워놓은 후 말려서 만든 중국의 대표적인 꽃차이다.
산만큼이나 높이 솟은 빌딩 숲에서 숨 쉬고 있는 도시인들에게 꽃차는 편안한 휴식이다. 시각과 후각, 그리고 미각을 모두 만족시켜주는 것이 바로 꽃차이다. 일상의 피로가 몸 구석구석에 쌓인 오후에 꽃차와 함께하면 뻣뻣했던 몸이 이완되고 그 향만큼의 여유도 찾아온다. 꽃차로 봄을 마셔보자. 가슴 한켠에 화사하게 꽃이 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도화차
꽃차 중에서도 가장 예쁜 꽃차로 미용에 좋다.
목련차
코가 막히고 머리가 지끈거릴 때는 목련차가 좋다. 한방재에서는 ‘신’이라 하여 약재로도 쓰인다.
목련차
코가 막히고 머리가 지끈거릴 때는 목련차가 좋다. 한방재에서는 ‘신’이라 하여 약재로도 쓰인다.
재스민차
재스민 특유의 향이 나며 뜨거운 물 안에서 꽃을 피우는 볼거리가 이색적이다.
과꽃차
국화보다 달콤한 향기와 맛이 특징으로 여러 가지 색깔이 아름답다.
홍화
맵고 따뜻하게 속을 보해주어 여성에게 좋다.
살구꽃차
갈증 해소에 좋다. 장이나 위에 열이 많아 생기는 변비에 효과가 있다.
백화차
1백 가지 꽃으로 만들어 백화차라고 하는데 사계절의 꽃이 모두 모여 있어, 가히 꽃차 중의 꽃차로 손꼽힌다.
꽃차 마시는 방법
꽃차를 마실 때는 먼저 눈으로 꽃을 즐긴 다음 코로 마신다. 꽃차의 묘미는 시각과 후각을 거쳐 마지막에 미각으로 즐기는 것이다. 유리 다기에 1~2작은술의 꽃차를 넣고, 200~250ml의 뜨거운 물을 붓고 1~2분간 우리면 아주 향기로운 꽃차가 된다. 맨 처음 꽃차를 우릴 때는 말랐던 꽃이 확 피어나는 그 아름다움으로 마시고, 두 번째는 그윽함으로, 세 번째는 빛바랜 아름다움으로, 네 번째는 순수함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자연을 마신다고 생각하란다. 녹차를 우려 마시듯, 여러 번 우리면서 그 다양한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꽃차를 음미하는 요령이라고. 다 마시고 난 꽃은 얼음을 얼릴 때 활용하거나 목욕할 때 입욕제로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