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프랑스 식민지였던 인도 남동부
코로만델 해안의 퐁디셰리(Pondicherry).
우아함과 자연스러움으로
여행객을 유혹하는 이곳은 낯선 이방인에게
환상적인 영감의 원천을 제공한다.
사원과 신성한 동물을 만날 수 있는 키치하면서도 몽환적인 세상
동이 트기도 전, 퐁디셰리 여인들은 대문 앞에서 몸을 숙인 채 경건하게 오른손으로 흰색 흔적을 만든다. 그녀들은 쌀가루를 손에 쥐고 섬세한 동작으로 콜람 (Kolam, 타밀어로 ‘Good’ 을 뜻함)이라 불리는 기하학적인 형상을 그리고 있 다. 쌀가루는 벌레들을 유인해 밖으로 내몬다고 한다. 인도에서는 모든 것이 이런식이다. 삶을 장식하는 예술은 제2의 자연과 같다.
체체(Tsé&Tsé)의 두 디자이너가 인도 여행을 처음 시작하면서 도착한 곳이 바로 퐁디셰리다. 이 두 명의 디자이너는 이곳에서 건진 작은 보물들을 상투 갤러리(Gelerie Sentou)에서 정기적으로 전시한다. 얼마 전 릭샤(Rickshaw, 인력거) 좌석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노트북 케이스 같은 것을 말이다. 그녀들은 서양에서는 이미 사라진 이 달콤한 일상의 물건들에 대해서 할 말이 무궁무진하다.
퐁디셰리의 시장과 가게를 뒤덮고 있는, 여전히 매혹적이며 창의적이고 디자인적인 일상 용품들. 제단이나 사원에 켜는 전등, 번쩍거리는 플라스틱 살림도구, 문 손잡이, 컬러풀한 공책, 다양한 종류의 상자, 멋진 비디스(Bidis), 담배 패키지, 괴상한 그래픽 패턴이 그려진 합성 섬유 가방, 장식이 화려한 작은 거울, 갈 란드 장식, 화관, 목걸이, 밤을 밝히는 작은 깃발들···. 퐁디셰리 거리에서 지금도 쉽게 찾아낼 수 있는 이런 멋진 물건들은 디자이너의 창작력에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체체의 디자이너들은 아이덴티티가 너무나 강한 이 물건들은 다른 세상에서 가져와 서양인의 눈에 새로운 형태와 컬러, 쓰임새를 펼쳐 보인다.
인도의 다른 도시에서보다 삶이 좀더 부드러워 보이는 퐁디세리에도 지금과는 대조적인 모습이 여전히 존재한다. 뱅갈(Bengal)만이 인도양을 면하고 타밀 나두(Tamil Nadu)주에 둘러싸인 이 작은 해안 도시는 1673년 프랑스인에게 팔린 역사를 갖고 있으며, 그 후에는 네덜란드, 영국과 전투를 벌였다. 그리고 1954년 독립할 때까지 무려 2백 42년 동안 서양인의 지배를 받았다. 해안가의 ‘흰색 도시’ 지구에는 아직도 식민지 시대의 매우 독특한 건축물이 남아 있다. 지금은 놀라울 정도로 평온한 이 지구에는 교회화 학교, 공공건물, 그리고 호텔로 개조한 집들이 흐린 노란색이나 장밋빛 같은 부드러운 컬러를 입고 있다. 몬순(1년 동안 계절에 따라 바뀌는 바람)을 견디기에는 높은 도로가 들어선 잘 구획된 거리는 여전히 프랑스 이름으로 불린다. 1백 년 넘는 나무들이 몸을 부드럽게 구부려 시원한 지붕을 만들어주는 이 거리는 시장의 떠들썩한 삶에서 멀찍이 떨어져 한가롭게 산책하라고 여행객들을 유혹한다. 도시를 둘로 나누는 운하의 다른 쪽에 위치한 타밀 지구에는 무슬림 지구와 가톨릭 지구가 공존한다. 그린, 로즈, 블루 등 반짝이는 컬러의 집들은 화려한 장식의 발코니와 작은 베란다, 나무 기둥으로 떠받친 차양을 갖추고 있다. 무슬림 지구는 놀랍게도 뉴올리언즈나 카리브해에 가까운 스타일이다. 길게 이어지는 상업 지구인 네루 스트리트(Nehru St.) 주변에는 끊이지 않는 소음 속에서 냄새와 컬러로 여행객을 도취시키는 부티크와 숍, 시장들이 늘어서 있다.
릭샤나 ‘앰버서더(Ambassador, 이 전통적인 자동차는 시속 50km를 넘지 않는다)’를 타고 도심을 빠져나가 오로빌(Auroville)로 가면 미래적이면서 기발한 건축물 마트리만디르(Matrimandir, 스리 오로빈도와 더 마더(The Mother)라 불리는 미라 알파사가 세운 실험적인 건축물)를 발견하게 된다. 여기를 지나면 작은 가게가 즐비한 시장 마을을 가로지르게 되는데 이곳에서는 오래된 타이어부터 골동품, 온갖 종류의 작은 주머니 갈란드 등 안 파는 물건이 없을 정도이다. 여기에서 수만 가지 쓸데없는 물건들을 가방에 잔뜩 채우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나중에 집으로 돌아가서 집 안을 환상적으로 꾸밀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시장과 가게에서 보이는 모든 풍경은 하나의 그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