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산 혼수 가구가 4년 뒤 중고마켓에 올라갈 지도 모른다. 연인 관계처럼 가구에도 궁합이 있으니 알고나면 보이는 ‘혼수템’의 양면.
결혼 4년차, 거실에는 최소한의 가구만 두고 살기로 했다. 결혼할 때 크기도, 갯수도 더블로 구매했던 가구들은 당시엔 마음에 들었지만 현재 잘 쓰지 않고 팽개쳐진 이것들을 보면서 마음이 완전히 바뀌었다. 연인 관계도 그렇듯 가구에도 궁합이 있으니, 만족도를 100% 이상 끌어올려줄 가구를 찾기 위해 점검해보는 신혼집 가구 중간 고사.
트롤리
오로지 디자인만을 보고 구매한 3단 원형 트롤리는 예상치 못하게 애물단지가 된 경우다. 두 번째 칸까지는 깊이가 얕아서 문구류나 잡동사니를 넣기에 적당하지만, 맨 하단의 수납공간은 깊숙한 박스형이라 무엇을 넣든 어질러지기 일쑤. 동그랗게 생긴 트롤리의 특성상 서류를 넣으면 옆면이 접히거나 구부러졌다. ‘예쁘다’는 최대의 장점을 살려 오브제로만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Wishlist 수납 공간은 다다익선이어야 제맛!
BORDBAR DC-3 항공기에서 영감을 받아 기내용 트롤리를 일상 가구로 탈바꿈시킨 보더바 보이저. 넉넉한 수납 공간은 물론 다양한 용도로 활용 가능하다.
WEB bordbar.de
화분 수납대
결혼 생활이 길어지면 크고 작은 유행에 따른 쇼핑의 유혹을 견뎌내야 하는 시련이 온다. 그 시기를 참지 못하면 폭풍이 지나간 후처럼 집안 여기저기에 유행의 흔적이 남는 것이다. ‘플랜테리어’가 한창 유행이었을 때 즉흥적으로 구매한 화분 수납대는 나뭇결이 돋보이는 원목 소재였다. 하지만 식물을 주기적으로 관리하다보니 자연스레 물이 닿고 수납대는 형태가 조금씩 뒤틀어지기 시작했다. 겨울철에는 곰팡이와 사투를 벌여야 했으니 제대로 알아보고 살 걸 그랬다.
Wishlist ‘방수’로 갈게요
ZANOTTA 1983년 아킬레 카스틸리오니 Achille Castiglioni가 정원을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만든 알베로 플라워팟 스탠드. 스틸 프레임으로 제작되어 습기에 강하며, 각 플레이트는 120도 회전할 수 있어 식물이 햇빛을 골고루 받을 수 있다.
WEB zanotta.com
커피 테이블
가구 배치를 자주 바꾸는 터라 ‘무게’는 중요한 선택 포인트다. 적당한 무게감이 필요하면서도 혼자서도 옮길 수 있을 만큼이어야 몸과 마음이 편하다. 신혼 초 잦은 이사와 보수 공사, 가구 교체가 겹치면서 무거운 커피 테이블이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장정 세 명이 들어야 하는 무게는 실용성을 좌우할 뿐 아니라 처지 곤란이 되기 십상이라는 것을 이번 기회에 알았다.
Wishlist 다릿발이 가벼운 테이블
GLAS ITALIA 티끌 하나 없이 투명한 유리로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글라스 이탈리아의 L.A. 선셋 테이블. 사이즈가 다른 두 개의 테이블은 때에 따라 색다르게 연출할 수 있다.
WEB cttseoul.com
컴퓨터 의자
두꺼운 쿠셔닝과 보디 라인에 맞춘 곡선 실루엣은 오랜 시간 앉아 있을 때 편안하지만, 공간을 많이 차지해서 불편했다. 헤드레스트, 팔걸이 등이 기능성에 충실한 디자인이었기 때문에 책상 안으로 집어넣을 수도 없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공간에 꼭 컴퓨터 의자를 놓아야 한다’는 생각을 버렸다면 다른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Wishlist 나, 예쁜 작업실 있는 여자
FRITZHANSEN 1955년 아르네 야콥센이 디자인한 시리즈 7™ 체어. 실용적인 구조를 지닌 개성 넘치는 실루엣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특징을 드러낸다.
WEB fritzhans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