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이 오려면 먼 것만 같지만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오면 방문해볼 동네 서점과 공유 공간을 소개한다.
‘서재가 없어도 괜찮아!’ 후암서재
도시공감협동조합 건축사사무소에서 운영하는 공유 서재인 후암서재는 2017년부터 후암동 골목의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공유 공간을 꿈꿨던 이준형 소장은 ‘서재’를 공유하는 컨셉의 후암서재를 만들었고 건축, 도시, 로컬 관련된 책들은 물론 다른 동네의 독립 서점을 갔을 때 하나씩 사서 모은 책들도 비치돼 있다. 대형서점에서 보기 어려운 특색 있는 책들이다. 후암서재는 프라이빗하다. 무인으로 운영하며 예약한 시간엔 예약자만 이용할 수 있다. 커피도 내려서 마실 수 있고, 책도 읽으며 온전히 나만의 서재처럼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 매력적이다. 인스타그램(@huamsharedstudy)을 방문하면 이곳에서 볼 수 있는 책들과 방문자의 실감나는 리뷰를 읽어볼 수 있다.
“후암 서재는 이용 시간이 길어요. 낮에는 8시간, 저녁에는 7시간이 기본 예약 시간이죠.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경우 2~3시간만 이용할 수도 있지만 이왕이면 긴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봤으면 좋겠어요. 아침에 와서 여유 있게 책을 읽다가 점심에는 후암동 곳곳에 숨어있는 맛집을 방문해 점심을 먹고 산책도 하는거죠. 나른해진 오후에는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으면 이곳에서 독서와 후암동의 동네 경험을 모두 즐길 수 있답니다. 후암서재를 후암동의 아지트처럼 활용하면 좋겠어요.”
– 이준형 소장
‘반려견과 함께 라면’, 우리 책방
프리랜서로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일을 오래 해오던 우리책방(wooribook_official)의 윤미영 대표는 변화가 필요했던 시기를 맞아 반려견인 ‘우리’와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했다. 그리고 여행을 가면 늘 찾았던 지역의 책방에서 영감을 받아 강아지를 주제로 한 책방을 열게 된 것. 책방도 하나의 콘텐츠이고 큐레이션의 영역이어서 그 동안 해온 일과의 연결성도 있었다. 강아지를 좋아하는 윤미영 대표는 반려견과 함께 살거나 좋아하는 이들과 일상을 공유하고 책 속의 다양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대형 서점과 다르게 독립 책방은 책방지기의 취향과 시선대로 만들어진다. 윤미영 대표는 책방의 성격에 맞게 선별된 책들과 그런 책들과 어우러지는 공간 구성, 그리고 책방지기의 성향이 반영된 운영방식에서 그곳만의 고유성을 느끼고 자신과 맞는 서점을 찾아가는 과정도 흥미롭다고 전했다. 우리 책방에서는 반려견을 중심으로 반려묘 및 다른 동물 관련된 주제의 책과 굿즈들도 소개한다.
“소개하고 싶은 책 중에 <가족이 있습니다>라는 책이 있어요. 할아버지를 만나 가족이 된 작고 어린 개가 어느 날 사라진 할아버지를 찾으러 떠나는 여정을 담고 있어요. 가족은 버리는 것이 아니라는 할아버지의 말처럼 가족의 의미와 한 생명에 대한 우리의 책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그림책이에요. 아! 저희 책방에 오신다면 강아지의 이름과 지은 이유를 남겨 주셨으면 해요. 이름을 지어준다는 것은 가족으로 받아들인다는 의미 있는 행동이잖아요. 어떤 이유와 마음으로 이름을 지었는지 대한 이야기와 강아지들의 이름을 모으고 있답니다.” – 윤미영
‘일상의 예술을 찾고 있나요’, 비주얼 콜렉트
그래픽적인 서점 로고가 매력적인 비주얼 콜렉트(visualcollect.store)는 일상과 함께 하는 예술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패션, 사진, 인테리어, 건축,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소개한다. 전문가나 전공자만 알 수 있는 어려운 예술이 아니라 강아지의 집을 짓는 책인 <Architecture for Dogs>나 축구공 디자인 책인 <Football: Designing the Beautiful Game> 처럼 누구나 쉽게 즐기고 공감할 수 있는 책들도 준비돼 있다. 이경수 대표는 대학시절 영감에 대한 자료를 찾던 중에 책 속의 자료를 추천해준 교수님의 교육에 큰 감명을 받았다. 그 후로는 어떤 자료를 수집하거나 경험할 때 책을 탐구하고 찾게 되는 취미가 생겼고, 책을 조금씩 수집하다 보니 양이 많아져 취향을 공유하고자 서점을 오픈하게 됐다고 한다. 서점을 만들어가는 과정의 일부도 그 자체로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비주얼 콜렉트는 앞으로도 거창하지만은 않은 예술 분야를 꾸준히 탐닉할 예정이다.
“책은 하나의 세계관을 정의하며 저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을 내포해요. 독립서점은 추구하는 방향의 큐레이션을 통해 독자와 방문객들에게 공감을 선사하게 되는데 이때 각자가 느낄 수 있는 취향이 다름을 인정하는 부분이 독립서점의 매력이라고 생각됩니다. 비주얼 콜렉트는 모든 책들이 방문객들에게 편하게 열려 있어요. 구매하지 않으셔도 되니 오시는 분들이 책을 보고 다양한 영감을 얻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개인적으로 양승욱 작가님의 <Home, Bitter Sweet Home>이라는 책을 좋아하는데요, 가족이라는 주제로 평생을 함께 하시던 조부모님의 일생과 임종을 함께 담아낸 사진집이에요. 작가의 작품이 아니라 가족을 연계하여 공감을 만들어낸 부분이 가장 와닿아서 좋아하는 책입니다.” – 이경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