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마다 하나씩은 있는 이자카야는
사케 바람의 진원지.
깔끔한 느낌에 반하고,다양한 맛에 홀리고,
골라 먹는 재미에 빠진 이들을 위한
사케 가이드.
일본에서 사케란 ‘술’이라는 뜻으로 맥주, 소주, 양주 등 모든 술을 일컫는다. 예전에 사케는 크게 쌀, 누록, 물을 원료로 하여 발효시킨 ‘청주(靑酒)’와 청주를 종류시켜 만든 ‘쇼추(焼酎)‘로 구분했다.
지금은 사케 하면 일반적으로 쌀과 누룩을 띄워 걸러낸 맑은 술, 청주만을 가리키는 걸로 굳어졌다.
같은 말로 나혼슈(日本酒)라고도 한다. 일본식 청주인 ‘사케’가 급부상하고 있다. 상반기 사케 수입량이 작년에 비해 네 배 가까이 성장했을 정도라고 한다. 그만큼 사케를 마실 기회가 많아진 요즘이다. 그런데 이 술, 만만치가 않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술이니만큼 그 종류나 마시는 법 등이 와인 못지않게 발달되어 있는 것이다. 그만큼 잘 알아야 더 즐길 수 있는 술이다.
고급 사케에는 와인처럼 일련번호와 함께 제조 회사, 제조 산지, 출하 연도, 도수, 재료명 등을 표시하는 라벨이 붙어 있다. 따로 한글로 표기된 라벨이 불어 있지 않은 이상, 일본어와 한자로 쓰인 라벨을 읽기는 쉽지 않지만, 조금만 눈을 부릅떠보자. 사케와 친해질 수 있는 길이 그곳에 있다.
일단, 준마이(純米)인가를 살핀다
사케는 크게 두 가지 타입으로 나뉜다. 순수하게 쌀과 누룩만으로 발효시킨 술을 준마이슈( 純米酒)라 하고, 여기에 제한된 양의 양조 알코올을 넣어 발효시킨 술을 ‘혼조조(本釀造)’ 라고 하는 것, 대체로 준마이슈가 더 고급으로 여겨진다.
고급인가 살피는 기준, 정미율
다음은 정미율(쌀을 깎은 정도)을 살핀다. 사케는 쌀을 깎아낸 정도, 즉 정미율에 따라 다이긴조(大吟醸), 긴조(吟醸), 혼조조(本釀造)로 나뉜다. 정미율이 높을수록 좋은 술인데 쌀을 많이 깎아낼수록 술맛이 맑고 깨끗해지기 때문이다. 정미율이 50%로 쌀 껍질 절반을 정미해 만든 다이긴조는 와인으로 치면 그랑크뤼급과 같다. 긴조는 40%를 깎아내고, 혼조조는 30%를 깎아내 만든다. 여기에 쌀만으로 만드는지 알코올을 첨가하는지 여부에 따라 준마이(純米)인지 아닌지가 결정된다. 쌀과 누룩의 발효만으로 술맛을 낸 최고의 술은 준마이 다이긴조(大吟醸)이며 알코올 첨가에 따라 다이긴조나 긴조, 혼조조 등이 된다.
알코올 도수를 확인해보자
사케는 알코올 도수가 그리 높은 술이 아니다. 보통 알코올 도수가 17도 이상이면 겐슈(原酒)라고 하여 물을 전혀 첨가하지 않은 청주이고, 15도 정도면 보통의 사케다.
마실 술의 맛을 짐작해보자
사케의 라벨에는 플러스(+) 또는 마이너스(-) 부호와 함께 숫자가 붙어 있는데, 이름 니혼슈도(日本酒度)라고 한다. 니혼슈도란 술, 즉 니혼슈(日本酒)의 비중을 나타낸 것인데, 플러스 수치가 높으면 ‘가라구치(Dry)라고 해 맛이 쓴 편이고, 마이너스 수치가 높으면 아마구치(Sweet) 라고 해 단 편이다. 사케 초보자라면 -2 정도의 달콤한 맛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사케의 맛은 산도나 알코올, 마실 때의 온도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1과 +1을 비교해 어느 것이 더 드라이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함께 먹을 음식을 골라본다
사케와 함께 즐길 요리를 고를 때는 요리의 강도가 강한가 약한가.
뜨거운 요리인가 차가운 요리인가, 사시미와 같이 식재료 자체의 맛을 살린 것인가 아닌가를 본다.
사시미와 같이 조리하지 않고 식재료 본연의 맛을 전하는 섬세한 음식에는 준마이다이긴조나 준마이긴조 등과 같이 깨끗하고 드라이한 맛의 사케가 좋고, 튀김이나 조립, 데리야키 등 열을 가한 음식(소스나 맛이 강한 음식)에는 긴조나 혼조조, 겐슈 등이 어울린다.